ㅇ매일 뜨거운 폭염속이었지만, 오늘 아침 공기는 매우 서늘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기분이다.

여느때와 같이 WASHINGTON POST 의 첫번 큰글자들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뉴스거리들로 - 페루에서의 지진이나,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증권의 폭락등 -
이루어져 있었지만, 한가지 기사내용이 유독
첫면뿐 아니라 사설란에서도 언급되고 또 OPINION 난에서도
스탠포드 법대교수의 글이 실려 있어 내 관심을 끌었다.

내용인즉,
호세 파디야 (JOSE PADILLA) 라는 미시민권자가 2002년 시카고에서
폭탄에 관련된 혐의로 체포된 후 5년동안 합법적인 법적권리을 빼앗긴채
어제 마지막으로 FLORIDA 법정에서 테러 음모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포인트는 파디야가 체포된후 현정부는 그를 "ENEMY COMBATANT, 적군"
이라고 명명하여 법정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박탈한 채,
독방에서 수면방해조치나, 고통스러운 자세의 쇠고랑, 햇볕을 봉쇄함으로써
인간의 감각과 정신을 마비시키는 일, 마음을 변화시키는 약물주사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미시민권자는 무슨 연유든 체포되면, 법정에서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침묵할 권리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이 모든 인간의 권리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명분아래 무시되어졌다.

이 사실은 미국 시민자유연합이나 많은 양심있는 법학자들에 의해 논란이 제기되었고
드디어 2004년 연방 대법원이 현정부의 잘못된 처사를 문제삼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파디야에게 변호사를 만날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

어제의 공판은, 애초의 폭탄혐의와는 다르게 방향을 바꾸어서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와 연관시켜 테러라는 위협적인 요소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검사의 능숙한 변론으로
배심원들이 혐의를 확정하게 되었다는 의견이 강하다.
한 변론에서 검사는 알카에다라는 말을 100번 이상 언급했다는 내용이나
배심원의 혐의 결정이 48시간 이내에 이루어졌다는 사실 등은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다 못해 소름끼치게까지 하였다.

15년의 형을 감수해야햐 할 파디야가 다시 항소할른지는 모르지만
이 사건은 현 미국에서의 CHECKS AND BALANCE SYSTEM ( 사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한쪽의 과다한 권력집중를 막는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
을 무시하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그 허구성이 다 드러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라는 논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과거 한국을 비롯하여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너무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독재나 폭력, 비인권적인 현실이
거론초차 안되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너무 사치한 항변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 그렇게 지적이고 사려깊은 독일이 나찌 정권의 그럴듯한 명분에
휩싸여 순식간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른 HOLOCAUST 가 연상되기도 했다.

인간의 악한 본성은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붙잡히면 그렇게 무섭게 치달을 수 있는가?

에구, 정말 딱딱하고 재미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엔 이것이 내마음을 사로잡고 있네.
어찌보면 우리의 개인 일상사와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또 거대한 조직속에서의 한 개인의 왜소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인간의 양심과 정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항상 소수이지만, 그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