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나, 지금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은…

이 친구들은
공해없는 원색의 햇빛 아래
그러쟎아도 짙은 피부색이 더욱 진해지고
세월의 주름살 위로 햇빛이 만들어준 주름까지 덧입어
생년월일이 그들보다 훨씬 이른 나를
제 동생인양 여긴다.

이 친구들은
몸통 긴 쌀로 밥을 짓고
텃밭에서 거둔 야채에 향신료 듬뿍 넣어 기름에 볶은 커리를
접시 위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잘 비벼서
요령 좋게 잘 먹는다.

이 친구들은
수탉이 목청 돋우는 아직 새벽 네 시
문 바깥에 따로 낸 화덕에 불을 지펴
재빨리 그러나 완벽한 원형으로 얇게 민 밀가루 반죽을
구수하게 구워내고
뜨거운 양은 냄비엔
매콤하고 찐한 커리 냄새로 어둠을 깨워
학교갈 아들의 도시락을 챙긴다.

이 친구들은 또
화덕에서 숯덩이를 건져
무쇠 다리미 뚜껑을 열고 거기 담아
열 조절도 솜씨 있게
딸아이가 입고 갈 교복도 잘 다려 놓는다.

이 친구들은
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아랑곳없이 제게 일어난 일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내가 하는 수 없이 영어로 대꾸하면
그래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만나면 손만 맞잡는 것 아니고
부둥켜 안아야 하고 뺨에 입까지 맞춰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친구들은
어쩌다 내가 그들 집을 방문할라치면
마당 구석 레몬 나무에서 레몬 하나 따오고
설탕물에 그 즙 몇 방울 섞어서
이 ‘주스’ 꼭 마시고 가라 내내 부여 잡는다.

제가 쓰는 말, 힌두스타니 성경책도 읽을 줄 모르고
그렇다고 영어 성경책은 더더욱 읽을 줄 모르는
이 친구들이지만
기도할라치면 그 누구보다
목청을 높이고
모임이 있을라치면
달도, 그 아름다운 별무리도 안 보이는 그믐밤이래도
제 키보다 훨씬 큰 사탕수수밭 숲길 헤치고
장마비 진흙길도 빠져가며
가장 편한 신발, 그 맨발로
허위허위 달려온다.

남태평양 이 섬나라에서
150년 간 이등 국민으로 살아온 이 친구들을
남국의 뜨거운 햇빛 아래
온몸에 땀 마를 새 없는 이 친구들을
선물처럼, 때론 숙제처럼 끌어 안으며
오늘도 나는
사랑을 공부하고
겸손을 공부하고
예수님을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