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사동을 갈 일이 있어서 시내를 관통하는데
악마의 마법에 걸린 듯 도시는 요상스런 안개에 휩싸여 있더라.
어제와 그제의 일이 어느새 까마득한 옛일처럼
아련한 추억 속으로 잠겨들고 있다.

조금은 나른한 피곤함 속에 어느새 자신의 위치로 모두들 돌아가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친구들아 잘들 지내지?
어제와 그제 대전에서의 우리의 만남!
생각하면 참으로 기적 같은 시간들이었음에 감사함이 가득하다.

그제 아침 아홉시,
아들의 도시락을 급히 싸고 집안도 대충 정리해 놓은 뒤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발걸음도 가볍게 대전으로 향했다.
효은이도 같이 갔으면 좋으련만 대전에서 만나기로 하고
옥규와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귀청이 날아 갈 정도로 음악을 틀어 놓기도 하며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대전에 도착했다.

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준비성 많은 우리의 회장 은경이,
너무도 보고 싶었던 우리 선희(선희야 나 사랑스러워?ㅋㅋ),
그 옛날 김포공항에서 제복을 입고 케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이
너무도 멋져 넋을 잃게 했던 옥경이,
슈퍼모델 저리가라 할 해인이,
오학년 때 같은 반 했던 똑순이 경숙이와의 멋진 랑데뷰...
잠시 후 너무도 밝은 미소로 더욱 예뻐진 은혜,
초등학교 때 어느 추석날, 밤이 깊도록
한길에서 손에 손을 맞잡고 달맞이를 했던 금자(쫑이가 더 좋아)  
소녀 같은 모습을 고대로 간직한 숙희,
우리의 짱가대장 혜숙이(요즘 친구들 풀룻도 가르쳐 주고 있다네요.)
더욱 예뻐진 눈망울로 상큼한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연옥양,
언제 봐도 포근하고 맘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저 반갑기만한 정숙이,
소녀같은 모습으로 가만 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희,
언제나 순수한 눈길로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성용이,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춘선이,
여리디 여린 아기 같은 고운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시킨 효은이,
자유분방 한 듯하면서도 어떤 일이든지 너무도 맘을 써주는 사랑이 넘치는 옥규양,
그리고 나 신영이는 친구들이 한명한명 등장 할 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터져나가는 기쁨으로
서라벌 그 큰 음식점을 들었다 놓았다.
우린 그렇게 대전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커피까지 열심히 챙겨주는 해인이가 오늘따라 더욱 가깝게 느껴짐은
만남의 횟수를 더 할수록
친구에 대한 신뢰감과 사랑의 마음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리라.

계룡 스파텔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작년에 이곳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감격스러워 했던 일을 떠올리며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아쉬워도 했지만
만남의 기쁨으로 그 곳도 완전 접수해버렸다.

은경이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과일들과 간식들,
알프스 소녀가 들었음직한 바구니에 머핀을 가득 담아온 경희,
인천 친구들의 떡과 센드위치로 한 상을 차려 놓고
점점 쌓여가는 우정처럼 점심과 간식을 뱃속에 쌓은 것도 부족해서
간만에 한국에 온 은혜를 위해
떠나있을 때 제일 생각나는 자장, 짬뽕 탕슉, 양장피로
뱃속을 든든히 하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은혜의 참신하고 풋풋한 노래를 시작으로
패티 탁의 그윽한 목소리가 우리를 사로잡고
춘선이의 열정적인 가창력과
맑고 분위기 쥑이는 숙희, 예쁜 효은이
우리를 맘껏 취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띄우는 옥규
숨은 실력을 맘껏 발휘했던 은경이의 탬버린 솜씨
우리의 밤은 그렇게 멋지게 깊어만 갔다.

밤공기에 내려앉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일부 친구들을 배웅하고
우린 본격적으로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크림 크리스피 도우넛을 들고 나타난 정화,
언제 어디서나 분위를 압도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설경이,
우리를 가슴 철렁이게 했지만 무사히 회복해주어 고맙기만 한 경희의 등장으로
더욱 뜨거워진 가슴으로 우리의 이해의 폭은 더더욱 넓어졌다.
서로의 아픔을 들어주며 서로가 보듬기도 하고 어루만져주면서
뉘라서 이렇듯 진한 감정의 휘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까? 감사가 절로 나온다.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소설 몇 권은 쓰고도 남을
그런 인생의 여정에서 우린 모두 너무도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감사드릴 뿐이다.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 행복을 얻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이번 모임을 통해서 우린 여러 어려움을 격으며
또 한 단계 성숙해졌으리라.
그 곳에 그냥 참석하기만 하는 우리는 더 할 나위없이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이 모임을 위해 애쓴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우리 다음엔 친구들이 이렇듯 우리를 위해 애써줄 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서로를 격려해주며 끝간데없는  후원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도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 아니니?
친구들아, 고맙고 사랑한다.

나무꾼양반,
그 다음 날의 행복했던 시간들 바톤 이어받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