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 대충 끝내고 머그잔에 커피 가득 담아 컴앞에 앉았다.
대전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겸,
바쁜 일정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대전 다녀왔단 말 하려구.

은경 대장과 마당발 춘선 덕에
그야말로 편안하고 자유롭고 배부른 여행이었다.
대전에 사는 홍경희는 우리 먹인다고 머핀을 잔뜩 구워왔는데,
그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더 많은 친구들이 나누어 먹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우리 놀이터는 그야말로 각자의 여건이 되는대로
밥만 먹고 간 친구도 있고, 저녁까지 함께 놀다가 돌아 간 친구도 있고,
서울에서 직장 마치고 밤 늦게 도착한 친구도 있었어.
그럭저럭 20명 정도가 모였던것 같다.

재주있는 친구들은 어쩜 그리 많은지.....
노래방에서 은경이 챔버린 흔드는 모습을 못 본 사람은 무지 억울할거다.
패티 탁의 노래는 또 어떻구......
춘선의 사람 애간장 녹이는 노래에 나는 뽕 맞은 기분이었다.
혜숙이 음악성이야 말해 무엇하리.....
10여년만에 노래방을 구경한다는 효은이의 천진한(?) 즐거움이 내게도 전염되더라.
사실 나는 노래방이란 곳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

함께 1박을 하며 그날 밤 나는 얼마나 웃었던지.....
아마 녹용 넣은 한약을 먹어도 이보다 더 힘이 될 수는 없었을거야.
생각해보면 그건 슬픈 이야기일수도 있었어.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며 가족들 사이에서, 스스로에게서 느끼는
여러 진솔한 경험들이 우릴 그토록이나 웃음나게 했단다.
혼자라면 서글펐을 사연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즐거운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지.......
남 앞에서라면 차마 창피해서 말하기 주저했을 푼수 짓도
왜 친구들 앞에서는 말하기가 쉬운지 모르겠어.

여전히 우리가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낯설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아프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조심하며 살자.
오늘 하지 못한 일은 영원히 하지 못한 일이라고 하지?
더 늦어지기 전에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즐기며 하고 살자.
그 목록에 가끔 한번씩은 이렇게 친구들 만나 허물없이 웃고 즐기는 일도 들어있기를!

잘 들 지내.

사는데 지치고 위로가 필요하다 느낄 무렵
어느 친구가 또 모이자고 초대하면 득달같이 달려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