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느긋하게 일어나려고 자명종도 꺼 놓았는데 왜 이리 일찍 일어나졌담.
다시 자기엔 너무 밝고, 아침 준비하기엔 너무 빨라...자는 사람들 깨워 밥먹으라고
하면 먹어주기나 하겠어?  머릿속에 남은 잠을 무엇으로 몰아낸담?  그래 콩까기,
완두콩을 까자.  나도 가끔은, 기분내키면 제법 부지런하단 말야, ㅎㅎ
그런데 어디 집안일이란게 기분내키는대로 할 수있던가.. "기분대로 살지말고
생각없이 규칙적으로 열심히 일하자"  살면서 수없이 지키려고 노력했던 내 표어..

전전주엔 큰아이에게 한자루 맡겼더니 하는 말,
"엄마, 이런건 정말 시간 낭비야, 너무 단순하고... 까 놓은 거 사먹으면 안되?"
"그래, 그 방법도 있지, 그런데... 난 그 정도 시간은 있다고 생각하거든"

저번주엔  한자루중 1/5쯤 까고 있는데 TV를 보며 옆에 있던 남자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님 안되 보였는지
"도와줄까?"
"고맙지, 그럼..왼손에 비닐장갑끼고 해요, 손톱이 초록색이 되는데..."
내말 듣는둥 마는둥 한자루 끼고 시작하더니 9시 뉴스 다 끝나기도 전에 껍질까지
정리하고 소파로 물러앉는다.  내건 아직도 남았는데...와 빠르다.  내심 흐뭇해서
"담주에도 또 사야지"
"이런건 맛으로 한번 먹는거지, 이젠 그만 사"

라디오도 켜지않고 TV도 켜지않고 반자루쯤 깔 즈음 문득 새벽잠 없다던 친구 생각이 난다.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다했는데...
<권사님, 해피 주일....>
혹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하며 요란하게 울어대서 식구들 잠깰까 핸드폰 옆에 두고 한자루..
다시 반자루쯤 까다가... 이걸 누굴 주지?  맞아 오늘 아버님께 갈거지, 주섬주섬 깐콩봉지 남은
자루에 집어넣고 입으로 연습한다.
"아버님, 일부러 이렇게 가져왔어요,  심심풀이하시라고요."

담주엔.... 맞아, 작은아이 시험 끝난댔어.

그 담주엔.... 한자루 부피가 완두콩의 반도 안되는 울타리콩이 나오지 않을까?
... 근데 울타리콩이 어떻게 생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