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며칠인가? 오월 가까이 되지 않았나?
두 달이 흘렀구나.
전에 있던 학교인데도 참 새로운 느낌이 많이 든다.

우선 교재를 내가 만들고, 그냥 교과서로 해도 되지만 그냥 내가 갖고 있는 자료나 찾는 자료로 만드는 게 아이들과 수업하기가 더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하고 있거든.
좋은 점은 애들 덕분에 좋은 글을 많이 만나는 거고, 나쁜 점은 거의 시간 날 때마다 컴퓨터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지만 그게 마음은 더 편하니까 장기적으로 볼 때 나을 것 같아.

불침 맞은 새끼 짐승 같았던 그 예전의 아이들이 많이 결이 고와졌어. 무엇 때문일까 생각하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어.

하도 말을 잘 하는 아이가 있길래 우얀 일로 이 학교로 왔느냐고 물었더니 -덩테떵을따드러고요- 하더라.
-정체성을 찾으려고요- 이런 말이지.

그런 아이가 여기선 초우수 학생이지만 일반 학교에 다니면 놀림감이자 왕따 그 자체가 되는 거지.
그 아이는 춤추는 아이로 알려져 네이버에서 소년 보아 김성경이라고 치면 요란하게 나오더라구.
주로 명랑한데 주기적으로 감정조절이 안 돼 조울증이 아주 심해.
그 애가 다운됐을 때 괜히 말 시킨다거나 승질 건드리면 완전 박살이 나곤 하지.
나도 당했지. 늘 하는 농담을 하는데 갑자기 안색이 변하면서 화를 내더니 나 보고 재수없어 그러더라.

졸지에 당하긴 했지만 너무 심해서 와우~ 좀 힘들었어.

그 아이가 쓴 글 중에 일반 학교에서 당한(당했다고 생각하는, 다른 아이들은 별 신경도 안 쓸) 이야기를 보면 참 마음이 아파.

대체로 아이들이 참 좋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많아.

내가 아주 잘 한 일은 축구부 감독(?)을 맡은 일이야.
학교 운동장에서 하늘을 맨날 볼 수 있고, 운동장가의 나무도 볼 수 있고, 이제는 소리가 느껴지는 아이들의 자신감 있는 몸놀림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아.
바바리 코트를 입고 뒷짐 지고 아이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날리며 운동장 한켠에 서 있으면 진짜 내가 감독 같다니까.

드라마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소리는 듣는데 말을 못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은 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말이 뭔지를 몰라서 못 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말이라는 것을 몽땅 배우는 거지.
우선 뜻은 전달해야 하니까 그런 위주로 아이들이 문장 개념을 갖게 되고 그러니까 엉망진창의 문장구조를 갖고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어.
대부분이 많이 방치된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좀 그래요.
어쨋든 내가 할 일이지 뭐. 콩나물 키우는 거 생각하면서.
물이 반만 남았네 반이나 남았네가 아니라 물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라고 얼마 전에 어떤 언니가 얘기해 주더라.



저번에 친구들 학교에서 모인 사진, 정원이 동네에서 모인 사진  모두 보고 글 쓴 거 보고, 인옥이 글도 다 봤어.
강인숙2 글 보면서 와우~ 하고, 임규의 업스타일 머리 보고 웃고, 다른 친구들 사진 보면서 또 흐뭇하게 웃고, 인옥이 글 보며 같은 마음 들었고.

나도 만나는 기분이었어.
정인이가 아무래도 애썼을 것이고, 정원이도 그렇고. 식사며 돈 걷고, 여러가지 준비한 친구들이며.
은경이 바쁠 텐데도 올라온 거 생각하면 그렇고. 은경이는 언제 편해지려나....

난 보조기를 완전히 풀렀고, 아직 병원엔 안 갔는데(의사가 운동 못 하게 할까 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인 반가사유상 자세하기가 좀 어려울 뿐 왔다 갔다 하거나 약간의(!) 운동을 하는 건 지장이 없어.
오늘도 인왕 스카이웨이 길 오면서 친구들이랑 여기 걸었는데 생각했지.


잘들 지내셔.
자네들 덕분에 나 힘 많이 나거든.

오늘 중간고사 첫날이라 좀 여유가 생겨서 안부 전했어요.

은혜의 캐나다 통신, 인옥이의 워싱턴 통신에 이어 옥규의 인왕산 통신이었습니다.
시간 되면 또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