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학교를 옮겼어.
걱정 마! 느네들이 좋아하는 이전 학교 근처니까.
이 동네는 꽉 잡고 있다니까~

나도 모르겠어 왜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그냥 기회가 오니까 그냥 덥썩 정해버린 거야.
이번에 청각장애 학교인 국립 서울 농학교로 옮겼어.

전에 이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어. 아주 오랫동안이었어.
이 동네에 살게 된 이유지.

그 때 59번 버스를 타고 청운동에서 부암동 고개를 올라가는데 왼쪽으론 인왕산이 펼쳐 있고, 오른쪽으론 북악산이 솟아 있고 양편으로 소나무 숲이 무성한데 난 정신이 없더라.
그냥 버스에서 내려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 들어 갔어.

아저씨 방 하나 얻어 주세요.(백만원도 없었는데 친구한테 빌렸지)

화장실도 없는 작은 방이었는데 그 때부터 시작해 이 동네에서 20년을 살고 있으니 인연은 인연인갑다.

학교에서 오면 골목길 위로 이어진 높지도 낮지도 않은 동네 뒷산을 늘 오르곤 했지.
어릴 때 보던 풀들을 보면 그렇게 반갑더라.

그 모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똑같아.
이 동네는 다행히(?) 청와대 근처라 증 개축이 어려웠고 그게 이런 옛골목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는 힘이 된 거지.

어쨋든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

나 아이들하고 잘 놀아. 괜찮을 거야.

8년 정도 일반 학교에 있다가 농아학교에 그보다 더 있다가 다시 일반 학교에서 10년 떠돌았는데 다시 가게 된 거야.
그리고 여기서 정년퇴임을 할 거야.
내 목표가 평교사로 정년 퇴임 하는 거거든.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결이 많이 고와져 있더라.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있더라구.
중복 장애아도 많이 있고.

마음이 편안해.
입시 위주의 문제 풀이식 수업 안 해도 되니까.
정말 싫거든.
작년에 3학년 하면서 끔찍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
뭐는? 뭐는?  몇 번 몇 번

진정한 수업이 아니었어.

나도 쓸쓸한 일이라는 거 너무나 잘 알아.
글쎄 모르겠어.
작년에 갑자기 왜 특수교육 공부를 시작했는지 그것도 이상하고(그 바쁜 와중에도 지루하더라고. 뭐 할까 뭐할까 하다가 시작한 거거든) 이런 기회가 왜 갑자기 온 건지 그것도 이상하고, 내둥 잘 있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하고 정말 좋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내가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지만) 이런 기회가 오니까 불쑥 옮긴 것도 이상하고.........

암튼 그랬어.

애들이 -이아여아바-  하면 난 -이학년 사반-이라고 알아 들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됐어.
우리 애들 참 예쁘다.
느그들도 만나게 해 줄게 언제.
너희들 힘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글쎄 내 주위에 있으면 고생한다니까~


얘들아 소설 쓰지 마라.
소설 쓰는 사람은 편견을 갖고 있는 거니까.  알았지?


그래서 우리의 봄 모임은 다시 우리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