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긴 했지.
3주 정도 잠을 거의 못 자고 컴퓨터에 코를 박고 있었으니......


운동회 끝나기 전엔 체육 선생들 병 안 난다더니, 죽기 살기로 매달려 완성한 교지 원고 출판사 보내고 나니까 으실으실 추우면서 기침이 나기 시작하는 거야.


원고 보냈는데 뭐 그까이 거 감기 걸리거나 말거나 하면서 여유를 가졌더니 요게 만만치 않네 그려.


어제 좀 무리를 하긴 했지. 특별히 몹시 아픈 건 아닌데 하루종일 몸이 으스스하더라구.
하지만 친구들 만나는 즐거움이 하도 크니 뭐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나, 더구나 내 구역에서 모인다는데.
난 시간만 있으면 어떤 모임이건 관계치 않고 갑니다요.
왕수다에(오늘 나 목소리 안 나옴) 자지러지는 웃음에(왜 이케 반가운 거야 왜냐구요?) 아주 경복궁부터 삼청동을 왔다리 갔다리 쓸고 다녔어요.
북한산 정도는 올라 갔다 왔을....(심했나? 암튼 무지 걸었어요)


걷다가 삼청동 티벳 박물관 앞에서 입장료가 5000원이란 말을 듣더니 두 명만 대표로 둘어 가라느니 티벳은 직접 가겠다느니 빨리 팥죽이나 먹으러 가자느니 알아 두었다가 다음에 오고 싶은 사람 오라느니, 결론은 안 들어갔다는 얘기죠. 끊임없이 걸었다는 얘기죠.


감기에 걸렸을 때 난 끊임없이 물을 먹어.
시골 학교 있을 때 밤에 감기는 오고 약국은 없고 오로지 믿을 건 내 몸의 자치 능력뿐이라 큰 주전자로 물을 가득 끓여 밤새 마시곤 했지. 그래서 어제부터 계속 물을 마시고 있어.


근데 말야 이렇게 아주 심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고 적당히 아픈 거 이거 괜찮네.
옷을 세 겹으로 입고 두터운 이불 덮고 비스듬히 누워서 슬슬 기침해가면서 하루종일 책 보는 거 이거 아주 기분이 좋아요.


게다가 오늘 읽은 책 중에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와 코감기를 빙자해 아주 자연스럽게 훌쩍일 수 있었거든.


거기서 말야 곶감 얘기가 나오는데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이 나는 거야.
농아학교에 근무할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농아인 교회에 갔었어. 그 아이들이 아주 재밌게 이브 예배를 보거든.
그 학교를 떠나 오고 안 가게 됐지. 몸이 좀 괜찮으면 가까운 성당이라도 가서 앉아 있어도 되는데........ 구경 좋아하는 사람이라선지 쪼매 섭섭하구만. 시험도 지지리 궁상으로 잘 봐 지 코가 석 자인  아이는 주제도 모르고 문단도 모르고 지하고 무슨 관계라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들먹이며, 구두 신으면 자기보다 크다는 여자 친구 만나러 나갔고.(173이래. 아주 우러러보게 생겼어요.) 나 상태 좀 이상하다.


심심한 친구들 혹 있을까 해서 내가 생각난 거 얘기해 줄게.
어느 날 소포가 하나 왔어. 전에 얘기했나?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책 크기  반 정도의 조그만 뭉치였어.  남원 지리산 자락 뭐 이런 주소가 써 있더라구,
열어 보니 곶감이었어.
전에 한 정거장만 가면 강원도인 경기도 끝 시골 학교에서 가르친 아이였어.
군인이었는데 지리산에서 근무하고 있었나봐. 잠간 외출이었을까? 장터에 왔다가 그 걸 사서 곱게 포장해서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보낸 거야.
작은 종이에 글이 적혀 있더라.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데 이런 거였어.

-지리산의 맑은 하늘과 깨끗한 바람이 만든 곶감입니다.
외출 나와 장구경하다가 고와서 보내드립니다.-

나 우째 이렇게 가슴이 뻐근해지는 경험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아무래도 전생에 좋은 일을 했음이 틀림없어.

그 아이가 보내 준 편지 내용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

-작은 보따리 하나 가슴에 안고 서울로 일 구하러 도망가는 새벽에 내복만 입은 동생이 자꾸 쫓아왔습니다.
난 1000원짜리를 하나 동생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동생은 좋아라 좋아라 웃으며 들어갔습니다.-


내 몸이 이상해서 그런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묽어졌나, 밖에서의 들썩이는 기운이 느껴져서 그런가 암튼 내 상태 무지 이상하다.

우야든동 친구들 좋은 시간 보내슈  훌쩍........
ㅎㅎ 명옥이 언니도 볼 거지요? 언니도 자~알~  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