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양반 왕자지

                               이대흠


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몇 날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자응 자응 했던 것을
장흥 장흥 읽게 되고
과냥 과냥 했던 것을
광양 광양 하게 되고
광주 광주 서울 서울
다 읽게 됐는데


새로 읽게 된 말이랑 이제껏 썼던 말이랑
통 달라서
말 따로 생각 따로 머릿속이 짜글짜글 했는데

자식놈 전화 받을 때도
옴마 옴마 그래부렀냐? 하다가도
부렀다와 버렸다 사이에서
가새와 가위 사이에서
혀와 쎄가 엉켜서 말이 굳곤 하였는데


어느 날 변소 벽에 써진 말
수문 양반 왕자지
그 말 하나는 옳게 들어왔는데


그 낙서를 본 수문댁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그람 그람 우리 수문양반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
어쨋거나 저쨋거나 왕자거튼 사람으로 오롯이 박혀 있는 수문 양반은 좋겄다.
이 시 재밌지?  
합창 연습 나와라잉~
재밌는 거 있음 또 올릴게.

인숙아 너도 같이 하자잉. 그 날이라도 얼굴 한번 보자구. 너 없으니까 병원 갈 데도 없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