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많이 근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좀 가만히 생각해 봤어.

있잖아,  우리가 작년에 만나서 그 뜻밖의 감정도 벅찬데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너무 흥분했었고,  남들은 별 말도 안하는데 우리끼리 잘했네 어쩠네 하면서 너무 들떠 있었던 거 같아.

또 우리끼리 여기저기서 모임이 이어졌고, 모이면 그저 서로들 좋아서 헤헤 호호 모두가 좋았지.
혹 합창 대회도 그 비슷한 감정으로 뭔가 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창은 인일인 모두가 함께 갖고 있는 그리움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겪었던 그 일을 모두가 같이 겪었던 거지.
불렀던 노래들도 얼추 비슷해.
함께 느끼는 그리움이  이 행사를 기획한 씨앗일 거야


그 마음으로 연습을 시작했으면 해.
그리움의 바람을 함께 느끼는 여럿 속의 우리로,  작고 소박한 마음으로.  


우리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합창 연습을 미리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전에 5기의 순호 언니가 우리 중 고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 제목을 몇 몇 개 쓰셨는데 참 옛날 생각나면서 좋더라.
그래 맞아, 이런 마음이 필요해. 하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참 맘은 조수미라도 나오느니 그 거이 아니더라.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익숙한 거 정해서 정말 중앙 장미 계단에서 부르던 마음으로 정성껏 부르면 될 것 같다.
니 얼굴만 봐도 니 지휘만 봐도 아이들은 신뢰감이 팍 들면서 일단 박자는 안 틀릴 거이다.
그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언능 정해. 혜숙아~


씨앗은 숲으로 가는 여행이라매? 그 말 듣는데 쳇, 멋진 말도 잘 하네 싶더라.

나는 그 무대에서 펼쳐질 우리들과 여러 선후배들의, 그 맘과는 다른 노래가 우리 학교 운동장 뒷편의 산보다는 더 크고 아름다운 숲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왜   <잘~ 해야 되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