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작은 딸아이가 하복을 꺼내보더니 치마를 줄여야겠다고 했다.

(그냥 입지, 몇달만 입으면 졸업인데..)

그래?  그 옷핀으로 위치를 잡아놔, 내가 갖다 맡겨줄게.

저녁 준비중이라 건성으로 쳐다보며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뭐라뭐라하는 소리 수돗물소리에 묻히고.
삐빅. 현관문 닫고 나가는 소리 들린다.  독서실에 가는 듯.

나도 주말엔 놀일도 효도할일도 많아 바쁘니 서둘러 옷 맡기고 끝내버릴 생각으로 외출하는 큰딸
불러세워 옷 맡기고 가라고 부탁했다.

토요일 저녁
작은 딸아 입어봐, 너 교복치마 줄여놨어.

뭐라고?  어떻게?
엄마, 이게 뭐야? 이렇게 짧아서 어떻게 입어?  토요일에 수선집 문연다고 해서 그때 다시 잴려고
아무렇게나 옷핀 꽂아놓고 나간건데...  난 몰라.

일요일 오후
아저씨, 어제 찾아간 교복치마 최대로 길이 늘려주세요.  모자란다고요?  이 나머지 조각 덧대서
허리를 조금 늘리면 배꼽치마되겠죠?  그래도 밑으로 쳐지면  길이가 늘어날테니 교복윗도리 밑으로
배꼽만 안보이게 늘려보세요.  월요일 입어야되니 꼭 오늘 찾아야되요.
문닫기전 8시에  오라고요?  저희 집 전화번호예요.  만일을 대비해 적어주세요.

일요일 저녁
저 뉴스보고 가거라.
아버님 지금 올라가봐야 되요.  교복찾아야 되거든요.
집근처 왔을때  큰아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엄마 교복 찾아야 되는데 나 지금 나가야되요.
그래 걱정마 내가 찾을게 넌 마음대로 나가.
어휴, 새로 사는 값의 반을 들여 치마를 줄였다 늘였네.  나도 정성이지.  몇달만 참자, 참아.
옛날 같았어봐, 대판 싸움이 났지,   왜 줄이냐고, 여태도 입었는데, 학생이 왜 치마길이에 신경쓰냐고,
공부나 하지.... 그러나 나는 고3 엄마,  반항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원없이 해봐라.  어른되면
누가 참견이나 하겠니?  그것도 한때니라.  

월요일 오전
띠리링, 애들 아빠, 혹시 신발장 위에 있던 청바지 버렸어요?
응, 경비실 옆 재활용 옷함에 넣었는데, 출근하는 길에.  다 낡았던데.
아저씨, 이 메모 옷 수거함 열기전에 꼭 볼수 있겠죠?  
언제 올지 모르지만 자물쇠를 열어야되니 보게 되죠.  저번 누군가도 부라우스 찾았어요.  걱정마세요.
오지랍 넓은 작은 딸 아이  자기반 친구 청바지 인터넷에서 산 것 배달까지 받아주고 잘때는 친구에게
적을것같다고 늘려준다고 그 빡빡한 바지 입고 자고.. 요즘 바지는 왜 살때부터 구멍이 나 있는거야.
왜 걔는 자기 집으로 배달을 안 시킨다니?  돈 많이 쓴다고 엄마한테 혼난대.  왜 안 갖다줘?
방바닥 남의 물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 보기도 싫어 학교갈때 잊지말라고 신발장위에 놓아두었더니
남편이 평소대로 재활용 쓰레기인줄 알고 버렸대나.

엄마, 제발 내일에 관심 좀 갖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한단말야.  걔 학교 끝나고 미술학원에 가기때문에 노는 날 줘야한단말야.
난 몰라, 남의 걸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해.  엄마땜에 내가...
미안하긴 하지만, 저것이 정말...   참자 참아, 나는 고3 엄마.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누군 자기 일 안하고 사나?   그래도 몇달만 참자.  

화요일 오전
작은 아이 수업전 문자 보냈네.  엄마 바지 잊지마.
빨리 수거업체 오기전 내려가 경비아저씨에게 또 부탁해야지.
언제 올지 모르니 부르릉 트럭소리나면 나도 내려다봐야지.. 오늘은 하루종일 편치 않겠네.
찾기는 꼭 찾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