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30년 만에 만난거지?
아니 30년도 더 되었나?
우리가 오늘 만난것이...


세월이 비껴간 듯 교복을 입고 있던 모습과 똑같은 네 얼굴을 거기서 보게 될 줄 몰랐어.
세월의 강을 그냥 훌쩍 뛰어넘은거야. 우리는...
어제 학교 파하고 헤어졌다가 오늘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만났으니까.


그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예전같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줘서 고맙다.
단발머리 계집아이 시절의 마음에다 성숙한 그리움을 보태 주어서 고맙다.
오늘처럼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하는 날도 드물게다.


친구는 역시 오래 묵은 옛친구가 좋더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 편안한 고향같은 느낌.
부끄러운 유년의 기억까지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은 사람들.
그래서 우리는 작년에 1년 내내 그리도 흥분하고 들떠서 난리를 치며 홈커밍을 할 수 있었어.

내게는 친구가 단지 친구가 아니더라.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없는 나에게는 옛친구가 바로 고향이고 친정이더라.
그렇게 내 마음에 든든한 의지가 되더라.


효은아 ~

감격적인 해후였다.
집에 오는 길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내내 마음이 붕 떠있었다.
생각할수록 너무도 반갑고 고마워서....
내일 혜숙이 학원에 가면 반가운 얼굴들을 아주 많이 보겠구나.
네가 있어서 행복한 친구들도 아주 많아지겠네.

살다보니 오늘처럼 보너스를 왕창 받는 것같이 기쁜 날도 있구나.
모두가 다 네 덕분이다.
조만간 대전에서 번개 때리고 만나보자.
너의 영원한 보스 은경이도 함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