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30주년 행사 동영상을 다시 봤단다.

나이 오십이라기엔 아직 너무도 젊고 생기 넘치는 예쁜 모습들....

마치 무엇에 홀린듯이 몰두했고 온 몸과 마음을 다 해 준비 했는데  막상 행사가 끝나고 나니

내게는 그 모든 것이 다 꿈 속에서 한 일처럼 느껴졌었어.

기억이 비누방울 거품처럼 팍 ~ 터져 버린거야.

마치 기억 잠금장치가 고장이 난 것처럼 가물거리기만 했지.



그러던 차에 오늘 우연히 동영상을 다시 본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이고 가슴 벅찬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며 열심히 보았어.

분명, 그건 꿈이 아니었더라.

그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인천을 오르내리며 들 떠 있던 순간들이 결코 꿈이 아니었더라.

거기서 하나같이 속이 깊고 다정한 모습으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났어.

그들은 어느 새 보고 돌아 서면 또 보고싶은 얼굴들이 되었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까 30주년 행사를 하던 그 때가 우리 삶의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인 것 같아.

그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자기 속에 잠재되어 있는 열망과 감추어진 그리움의 실체를 드러내 보게 되었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유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을 찾았다는 거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해후하는 기쁨을 무엇에 비하랴 !

덕분에 우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사추기 터널을 휙 ~ 빠져 나온 거야.

(조금 긴 터널을 지나는 사람은 아직도 터널의 끝에 서 있는지 모르지만.... ㅎㅎㅎ)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후반전 시작해야지?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다 조금만 더 보태서 가장 멋진 삶의 모습을 만들어 봐야겠어.

우리가 서로 지칠 때면 어깨를 빌려 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면 더 수월하겠지?




다시 10년이 지난 후에도 우린 여전히

생기 넘치는 감동적인 동영상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