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갔다왔어.  
설경이랑 만남의 장소로 가고 있는도중 정인이가 전화했어.  "고속도로 진입중인데 좀 막혀서 늦을 것
같아"  "서둘러서 천천히 와, 10분만 기다리다 갈께.  혼자 뒤따라 오렴"
내 말이 야속했는지 바람처럼 제 시간에 나타났다.

친절한 옆지기들,  채연은 벌써 혼자 산행중이란다.  자기는 오르는 걸음이 느리기때문에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것이 낫다나.   금자를 향교에 내려놓고 총총히 떠나버려 인사도 못했네요.

지팡이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쫑이,  유유하고 성큼성큼한 걸음이 보기에도 좋다.  "큰아이가 널 닮았구나"
칭찬했더니 자기는 약하게 태어나서 잘 커간 사람이라나.

쉴 곳이 어디냐고 물어대는 설경을 향해 "조금만 가면 멋진 나무의자가 있으니 그곳에서 쉬자"
했더니 "난 산에서 말하는 조금이란 말을 믿을 수 없더라."  

산장에서 먹는 정인이의 포도와 유기농 한과 커피...
어디를 눌러야 할지도 몰라 헤매는 내 앞에서 힘을 찾은 설경 멋진 디카로 ...
벗었던 웃옷 다시 챙겨입고 연주암을 향해 ...

전열을 가다듬자는 채연의 말에 혼자 기다리겠다던 설경,  연주대에 가면 선경이네 집이 보일거란 말에
끝까지 간댄다.  얼굴 하얘가지고.  참고로 설경은 털파카, 겨울 폴라, 모바지, 내복,  두툼한 통굽
구두로 산속의 추위를 대비하고 왔다.  지질학을 전공하느라 이곳 저곳 많이 다녔단다.  학창시절에.
그때가 언제니?

날이 흐려져 선경이네 집은 볼 수없었어도 이날을 위해 새로 마련한 채연의 *제 보온병의 뜨거운
커피와 명숙의 나뭇잎에 싼 떡과 귀에 윙윙거리는 찬바람과 달콤한 사과와...

밑에서 기다릴 애타는 선경을 생각하며 아래로 아래로.
잠시 바위에 앉기만해도 이야기꽃이 만발.  "선경아 우리 다리근처에 있어, 어디야?"
"나 다리에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야?"  그 곳에는 다리가 2개 있었다.  숲속과 입구.


상봉의 기쁨을 접고 풍경속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냠냠냠 해물파전, 조밥, 예쁘게 장식한
나물과 보리밥, 두부된장국, 모듬쌈, 열무김치....  명숙이가 이렇게 맛있는 열무김치가 얼마만인가
했더니 수북히 더 갖다주신다.  인심도 좋으시지..

헤어지지 못하고 김장 도와주려고 맘 먹었다는 설경에게 김치 한통 주겠다며 선경이 집으로 데려가
또 한잔.   놀토에 예정했던 김장도 앞당겼나봐.  착한 선경, 피부도 정말 고왔다.

그 저녁에 김장하러 충청도에 가야한다는 정인,  어머님 오셨다는 쫑이..

마음들은 바빠도 하는 인사말  "또 가자,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