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어느 날 갑자기
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너에게 감기를 옮겼다
감기는 그렇게 전염되나 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걸렸다


그리고
너에게 사랑을 옮겼다
사랑은 그렇게 전염되나 보다


부디 네가
사랑에 저항력이 약해서
그 병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오지훈 <왼손잡이의 환희>중에서 -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하고 있던 어느날
나에게 발견된 이 시..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래..감기에 전염되면 나때문에 걸렸다고
원망했을테지..
몹쓸병에 걸리게 하여
높은 신열에 입술이 바싹 바싹 타들어간다고,
콜록콜록 기침하여 가슴이 아리다고,
코가 징징 막힌다고,
머리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나를 원망했을테지..


하지만 내사랑의 바이러스에 전염되어도
나를 욕할텐가..
사랑에 전염되어서
입맛을 잃었다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나를 원망할텐가?
저항력이 약해서 사랑에 걸렸다고
자기 자신을 원망할 것인가?


사랑에 전염된 그대여!
그대는 이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에
전염된 것이다.
때론 감기보다 더한 고통으로 숨이 막힐지라도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건조한지 잘 알지 않는가..

사랑의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많이 퍼져나가도 될 듯 싶은데..
글쎄... 하지만
아무에게나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면 안되겠지?

그것도 역시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니까..
어딘가 위험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ㅎㅎ

그래도 좋다면 친구들도
새로운 사랑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