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토요일이 되었네......
우리 옥규 집 나온지 삼년된 삽살개 머리 될까봐 걱정된다. 많이 안 모여서 화가 나면말야
친구들아! 많이 많이 참석하여 막바지 준비에 힘쓰려무나

내가 요즘 한 동안 뜸했었지
요기에 들어 와서 노는것 말야
규희가 그렇게 만든게 아니고,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바쁜일이 생겼어
우리 교회의 젊은 내외가 모두 일을 하는데 그 아들 eric의 베비시터를 구하지 못해서
갑작스레 애기 외할머니 오실때까지 좀 돌봐 달라고 부탁을 받았지.
사정이 사정인지라 남들이 보면 일 안하고 세상 팔자 좋게 보이는 내가 딱 제격인거지
내 마음이 약한지라 유학시절에 가장 흔했던 그 일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아이를 싫어하던
내가 그 일을 맡지 않았겠어?

지금 막 에릭 유모차에 태우고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 들어왔어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인해 주위가 얼마나 깨끗한지....
공기는 상쾌하고, 하늘에는 뭉게 뭉게 구름이 둥실 둥실 떠 다니고, 조금은 축축해진
셔츠 자락 알맞게 부는 바람으로 금방 시원해짐을 느끼고, 그 비로 인해 낙옆이 제법
쌓일 정도가 되었고 특히 솔잎이 많이 떨어져서 유모차 끌고 걸어 가는 길 구비 구비마다
솔잎 냄새에 취하고..... 양쪽 길가 풀섶에 피어 있는 노랑색, 보라색, 연분홍색, 흰색
등등의 이름 모를 들꽃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계절의 성숙함을 노래하고.... 그 속에서
울려 나오는 풀벌레 소리의 적당한 소음이 산책을 지루하지 않게하네

내가 걸으면서 "에릭아, 좋아?"하고 물으니 이제 겨우 두 돌 반 지난 녀석이 "응. 에릭 좋아"하네.
"집사님도 차암 조오타" 하니 그 녀석 또 "지나니, 조아" 하네
에릭 보아 주는지가  이 주일이 되었는데, 난 벌써 통역병이 되었네
방언과도 같은 이상한 발음의 말도 이젠 잘 알아 들어 의사 소통이 되는 것을 보니
난 절대로 다른 것은 다 해도 애 보는것만은 못한다고 했는데, 아니 내가 아이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귀찮아 했던것 같아. 나이는 헛 먹는게 아닌가 보네
그저 구엽고 이쁘니...

내가 <뿡뿡이>가 뭔지 알았겠우?
그 녀석 뿡뿡이만 틀어 주면 신이나서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하네
이제 두 돌 반 지난 녀석이 얼마나 깔끔한지, 카페트 자락 한 쪽이 접혀 있으면 그것을 반듯하게
펼쳐 놓고 제 옷에 뭔가라도 뭍으면 씻겨 달라고 금방 표현을 하네
아이 엄마도 그 아이 결벽증 생길까봐 걱정이라네
그래서 수박물이라도 옷에 뭍으면 못견디는 그 녀석에게, "에릭아! 이 정도는 괜찮아. 옷 갈아
입지 않아도 돼. 그냥 있어어--" 하면 금방 눈물이 글썽거리며 내가 지 엄마가 아닌 것을 아니
고개를 끄덕거리는거야. 그것도 얼마나 구여운지.
"집사님이 에릭 사랑하지?"하며 꼭 안아 주면 그 녀석은 금방 웃음짓네
내가 진작에 우리 아이들 키울때 이런  여유 갖고 키웠다면.....(그야말로 what if.....)

오늘 금요일 오후
딸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 집으로 직행하고
혼자 주말 저녁을 보내야 했는데, 요 녀석이 같이 있음으로 쓸쓸하지 않네
때론 뜻도 없고 의미도 없을것 같은 존재가 큰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새삼 아네
일 주일에 두 세번 맞이 하는 요 천사로 인하여 요즘 내가 즐겁다네
수 년 안에, 혹이나, 할머니 될 수도 있는 친구들 가끔 손주 보아 주어도 괜찮치 않을까?
세상에 요런 기쁨이 있는줄 몰랐네

그러나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are you ready to be a grandmother?, 이라고
"oh! no, no, no..... please, not yet"
그래! 아직은 아니지, 그렇고 말고..... (x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