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 를 보았습니다. 
인생의 가을 그 길목에 서성이는 우리에게  찾아온 반갑지 않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조차 유쾌하게 풀어낸 이 뮤지컬을 보며  
참 많이 웃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꽃이 진 자리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고 
우리가 쏟아내는 말들이 詩語처럼 멋질 수 있다면
그리고 높아가는 가을하늘만큼 우리의 마음이 넓어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미지: 베트남 화가  Dinh Quan의 그림에다 금빛 낙엽을 뿌려보았습니다. 



 
 

가을 노래 
        
                        시: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네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2005년 9월 하늘이 높아 가는 날에  김인숙 淑金

印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