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색도 모양도 이름도 성분도 모두 특별한 식물이 있는데 바로 투구꽃이다. 자연에서 흔치 않은 진한 보라빛 꽃송이는 서지도 눕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의 줄기 끝에 송이송이 달리는데,

이름 그대로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쓰던 것처럼 생긴 투구모양을 하고 있어 참 인상적이다. 게다가 그 뿌리에는 잘 먹으면 약이지만 못 먹으면 큰 해를 줄 수 있는 독성이 가득하니 말이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크게 잘 자라면 1m까지 크지만 보통은 줄기가 굽어 자라므로 무릎 높이쯤에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는 거의 전국에 분포한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이 아주 깊게 3∼5갈래로 갈라지고, 이 열편이 다시 깊이 갈라져 잎 전체적으로 모양은 둥글지만 많이 깊이 갈라진 잎에 속한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피기 시작하는 보라색 꽃들은 위로 달린 포도송이처럼 여러 개가 모여 달린다.우리 나라에는 이 투구꽃과 같은 집안 내에 속하는 식물들이 많은데, 잎 삼각형인 세뿔투구꽃(A. austro-koreens)과 연한 황색의 꽃이 피고 줄기도 서서 달리는 노랑투구꽃(A. sibiricum)이 귀한 편이다.

강원도에서는 이 투구꽃을 두고 토부자라고도 부르며, 영어 이름 역시 개성있는 꽃의 모양을 따서 수도복에 달린 모자를 뜻하는 몬크 후드(Monks hood)이다. 라틴어 학명은 Aconitum jaluense인데,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곳이 압록강 주변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방에서는 초오(草烏)이며 오두(烏頭)라고도 한다. 약으로 쓰는 뿌리가 검은 빛을 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방에서 이 투구꽃의 뿌리는 심장강화, 통증완화, 뇌졸증, 사지마비, 신경통, 관절염 등 일반적으로 고치기 어려운 병에 처방하며, 특히 손발이 차고 저리는 등 몸이 냉한 병에는 아주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식물은 사약을 만드는 만큼 독성이 아주 강해 소량으로도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그냥 취급하면 매우 위험하다. 특히 약을 따뜻하게 하면 독성이 훨씬 큰 위협이 된다고 한다.

고대 인디언 벽화에도 이 투구꽃 종류가 등장한다고 하는데, 인디언들은 이 뿌리를 화살 끝에 묻혀 독화살을 만들어 사냥에 효과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도 왕위계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음모에 독약으로 등장하기도 해서 이 꽃을 두고 ‘계모의 독’ 또는 ‘악마의 풀’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정원에 심으려면 그늘이 조금 지는 활엽수림 아래에 군식하면 자연스럽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잘 키우려면 광선이 다소 가려지고 땅이 기름지며 보습력이 있는 토양이 좋다. 대신 추위에 강하고 옮겨 심어도 잘 산다.


나무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