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곱고 성실한 산이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외롭게 혼자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밭을 갈고 있던 산이가 수심에 차서 말했어요.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는데 농사는 지어서 뭐하나?"
그 때 어디선가 고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랑 같이 먹지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맑은 시냇물 속에 예쁜 우렁이만 보였어요.
"이 우렁이처럼 예쁜 각시랑 살면 얼마나 좋을까?"
산이는 우렁이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어요.
집에 돌아온 산이는 우렁이를 커다란 항아리에 집어 넣으며 말했어요.
"나랑 친구하며 살자."
다음날 아침 산이는 구수한 밥 냄새에 잠이 깼어요.
"아! 맛있는 밥이네!"
산이는 잠결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어요.꿀맛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밥상을 차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참 이상하다. 누가 해놨지?'
며칠 뒤 산이는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났어요. 그리고 부억으로 들어가 몰래 지켜봤어요.
"아함! 잘 잤다."
그때. 항아리 속에 있던 우렁이가 예쁜 각시로 변하더니 빨래도 하고 밥도 짓는 거예요.
우렁각시는 선녀보다 예뻤어요.
"아가씨, 나랑 같이 살아요!"
우렁각시는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산이는 너무 기뻐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어요.



10월에 있을 일을 준비하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친구들과의 놀라운 재회, 터무니없을 정도의 반가움, 잘 버팅겨 온 친구들에 대한 뿌듯함, 서먹함을 없애고 친구들을 더욱 친밀하게 하기 위하여 바쁜 시간 속에서도 계속 모임을 주선하는 친구들을 보는 감동......등등....

처음에는 뭔지도 잘 모르고 막연히 생각해 온 그 일을 잘 치루기 위하여. 친구들이 이제 발 벗고 뛰고 있다.
모임에 참석하거나 소식을 한 번이라도 들은 친구들은 모두 좋은 생각으로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을 내고 있고, 할 일이 너무 많고 시간이 몹시 촉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 일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 하고 있다. 난 그렇게 보았다.
보이지 않는 우렁각시처럼 우리들은 모두 조용히 조용히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지 못하고 지낸 우리 친구들이 난 참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힘이 모아지면 다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 잔치상 우리 손으로 만드는 일 처음이라 처음에는 주저주저했지만, 그 잔치 통해서 여러 친구들과 주위와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그 걸로 된다고 생각한다.
8, 9 , 10월 세 달은 정말 바쁘고 복잡한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둥그런 항아리에 참하니 앉아 있는 우리 우렁각시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무에 어려운 일이 있으랴.
우렁각시들아
우리 같이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