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점이 뭐야, 삼십 점이."
두레 아버지가 모처럼 일 찍 들어온 날인데 집안이 싸늘합니다.
평소 같으면 두 아들이 쫓아와서 매달리고 그럴텐데,
오늘은 두레가 엄마한테 혼나서 그런지 동생 결이도 '다녀오셨어요?' 힘없이 말하고는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왜 그래?"
"이것 좀 봐요. 두레가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쳤는데 삼십 점을 맞았어요. 응?
문제가 어려워? 다 알만한 것들인데 왜 못 써, 왜. 두레 담임 선생님이 전화했어요.
시험보는데 혼자 멍청히 창 밖을 보고 있더래요. 속 터져 죽겠어, 정말.
그래 멍청하니 앉아서 뭐했어, 엉? 남들 다 받아쓰기 하는데 혼자서 뭐했냔 말야.
얘 좀 혼내줘요."
시험지를 앞에다 놓고 엄마와 아들이 살벌합니다.
두레는 코가 쑥 빠져서 아버지 눈치를 보며 울듯이 앉아 있습니다.
시험지를 보니, '사람들은 산에 올라 달맞이를 합니다.'첫 번째만 써 놓고,
그리고 두번째 세 번째 문제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대충 써놓고 나머지는 깨끗하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한 시간 내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아버지의 목소리도 퉁명스럽습니다.
"창문에 나비가 앉아 있었어요. 세 마리나……."
"그래서 시험보다 말고 나비 봤어?"
"네."
"무슨 나빈데?"
"두 마리는 노란 나비구요. 한 마리는 검은 색이었는데요. 전에 할머니 집에 가서,
강에 갔을 때……."
두레가 약간 신이 나서 엄마 눈치를 보며 나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다가,
화가 난 엄마의 고함소리에 움찔했습니다.
"노란 나비든 검은 나비든 시험을 보아야 할 것 아니야, 응?
시험이 중요해, 나비가 중요해?
나비는 시험 다 끝나고 쉬는 시간에 보면 되잖아!"
움찔하던 두레가 펑펑 울면서 같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 사이에 나비가 날아가면 어떡해,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