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근무하던 학교에 한 음악 선생님이 있는데.
그분은 그 척박한 학교에서 연말만 되면 아주 작은 음악회를 연단다.
너무나 비협조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장소도 없어 둘로 나눠진 좁은 음악실에서.
교사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거든. 더구나 중학교, 게다가 12월이 되면 거의 숨쉴 수가 없을 정도인데 그 상황에서 그 선생님은 음악회를 열더군.
그 자체가 너무 감동이어서 정말 놀라운 마음으로 거길 갔는데(그 때도 너무 바빠서 가 볼 시간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자는 비장한 마음으로 갔지. 노란 얼굴을 하고는),
세상에,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그 무대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 그럴 때 무방비로 눈물 나거든) 완전 감동이었어.  
아니 이 시키들이, 그 공부도 안하고 눈치만 보고 완전 개판이던 놈들이 아니 저런 가수였단 말야?  
아니 나 선생 맞아?
저 선생님은 이 아이들의 능력을 어떻게 알아보고 뽑았단 말야?  어떻게 저렇게 키울 수가 있었어? 아........ 이런 선생과 함께 일한다는 게 너무 행복해
하고 생각했어.

난 그 학교를 떠나고 시간이 흘렀고, 얼마 전에 그 선생님을 만났어.
그분이 CD 하나를 주었어. 두 번째 작은 음악회 한 것으로 만든 것이었지.
1 년 전에 함께 했던 놈들이 조금씩 굵어져서, 너무나 예뻐져서 노래를 부르더군. 혹은 피아노를 치고 혹은 바이올린을 켜고.
난 화면에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슴 벅차게 바라보다가 하나 하나 얼굴을 만져 보았어.
- 이놈들아-



주어진 일만 하고 복잡하지 않게 살 수도 있지. 물론 그래도 힘들어.
하지만 이런 걸 볼 때 인생의 의미는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 선생님은 탁구도 잘 쳐.
그 선생님 때문에 행복해서 이 글 쓴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