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이제 중식 지원 학생 추천 의견서 쓰는 일이 끝났다.
얼굴이랑 이름이랑 외우려고 갖고 온 사진,다 붙이며 이름 외우고, 자기 소개 쓴 공책 갖고 와서 답글 써 주고, 마음 가다듬고 아까 전화로 면담한 어머니 아버지들의 얘기를 담아 급식 지원서 12장을 이제 다 썼다.  
34명의 아이들 중에 엄마와 사는 아이가 10명, 아버지와 사는 아이가 1명.
그들의 분투가 손에 잡히는 듯하여 내 허리가 아프다.
14년을 혼자서 두 아이 키워가며 건물 미화원으로 일하는 엄마. 월세 20만원.  
5년 전에 집 나간 아내 찾기를 포기하고 아들과 지하 방 하나에 궤짝 놓고 산다는 영양실조 걸린 그 아이의 아버지, 월세 20만원.
신용불량자 되어 서류상으로 이혼하고 드문드문 있는 막노동을 한다는 어느 어머니. 월세 30만원...........
난 최선을 다하여 추천서를 쓴다. 밥 달라구요.


어제는 다른 반과 축구 시합을 했다. 아이들이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길.
맘 맞는 선생님과 약속을 했다. 20대의 남자 선생. 교직 2년차.
축구 시합을 하기 전에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내가 밥 10인분, 고추장, 참기름 그릇 갖고 오고 아이들이 골고루 밥, 고기, 콩나물, 상추를 갖고 왔다.
4교시 끝나고 교실로 가서 주걱을 양손에 들고 능숙해 보이는(애들 왈 역시....   얌마 너 속았어 나 엉터리라구) 솜씨로 밥을 비볐다. 팔 무지 아프다. 여덟명씩 큰 그릇에 나누어주니 아이들이 돼지들처럼 코를 박고 먹는다.  나도 안준다.  안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
5대 2로 이겼다. 앗! 우리 반에 호나우딩요랑 루니랑 무엇보다 카시우스가 있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골인을 한 카를로스와  기가 막힌 수문장 카시우스와 루니는 급식 지원 대상자다.
난 이 선수들을 먹여야 한다. 암 그렇고 말고.

토요일에는 4교시 후에 산에 가기로 했다.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놈들 곧 나를 증오할 거다.  하거나 말거나.
- 야 임마 느그들 엄마 아버지가 나보다 다 어렴마 까불지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