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랑 얘기하면서도 "난 중고등학교 때는 좋고 밝은 기억보다는 우울하고 혼란했던 기억만 많다"는 말을
했는데, 그 가난하고 생각 많던 시절에 나의 좋은 탈출구는 기차였던 것 같다.
옥규야, 넌 학교 뒷 산의 나무가 친구였니? 난 학교 끝나고 동인천역에서 기차타고 주안역에 내려서 사람 별로 안다니는 길을 지나 집에 오기까지.. 그 시간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주안에서 기차내릴려면 늘 아쉬웠던 생각이 난다. 마냥 갔으면 하고...
함께 통학하던 규희, 선덕이, 금옥이..또 아이들이 그립다.

기차와 함께 생각나는 거 두가지...
고1 아니면 고2 때 였겠는데 전교주번인가를 하느라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에 서 있는데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두 분 여자 선생님들께서 막 뛰어 오시는 거야. 그런데 그 중 한 선생님께서 막 뛰시면서
한 손으로는 열심히 가방을 열더니 우리에게 기차패스를 보여주시면서 들어가시는거야.
또 하나는...
한번은 창영동 쪽으로 가느라 동인천역에서 그 어둠침침하던 지하상가를 지나 중앙시장을 통과하고
있는데 기차가 배다리를 지나 동인천역으로 들어오는 덜커덩 덜커덩 소리가 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뛰고 있더라구...

기차 매일 타 본 사람이 아니면 이 말들이 이해되기 힘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