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가 글 쓰고, 이젠 가물가물해진 엣 기억들을  살려내서 서로 인사를 주구받고 하는게
신기하고 즐거우면서도 몇가지 당황스러운 게 있는데 하나는 내가 드러내지는 거.... 그런 건 얘기가
길어질테니까 그만 두고 또 하나 당황스러운 건 비슷한 이름들에 성만 다른 같은 이름들이 많아서
누군가를 기억해내는데 혹시 실수할까봐 꼭 앨범이 필요하다는거야. 게다가 나는 고등학교 때 앨범도 없어서 여기 주소록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잘 보이지 않는 아래 이름들을 뚫어져라 쳐다봐야하니...
내 이름만해도 김혜숙 박혜숙 이혜숙... 인옥이도 정인옥 한인옥 김인옥... 비슷한 이름도 부지기수라서
영숙혜숙경숙화숙인숙, *순,*희 ,*자, *영, *경...  그러니 우리가 서로에 대해 긴가민가하는 건 우리 기억력 탓이라기보다는 이 이름들 탓일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개성이 있는 친구들은 그래도 그 이름과 얼굴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빨리 떠오르쟎아?
언젠가 엄마에게 이름 좀 잘 생각해서 지어주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래도 그 때는 열심히 생각해서 지은 거라고 하시더라고.

벌써 한 10년전 쯤에, 어떤 마음이 많이 아픈 장례식을 치루고 강화에 있는 장지로 가서 하관하기를 기다리는 중에 뭔 생각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어서 혼자 그 곳 묘들을 지나면서 무심히 묘비들을 보는데,
그 중 한 묘비 뒷면에 자녀들의 이름을 써넣은 중에 "큰 년, 작은 년"이라고 쓴 게 있는거야.
처음 보고는 그 슬픈 와중에 웃음이 날뻔하다가 그 다음엔 그런 이름을 거기에 새길 때의 식구들 마음을 생각하다가 그랬는데, 거길 떠나와서도 오랬동안 그 이름으로 살았을 두 분을 생각하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