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수 2,306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 운동장 뒷산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황량한 그 언덕에 중학생이었던 우리가 나무 하나 하나 심었지 아마?
저렇게 작은 나무가 언제 자라 하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놀랍게도 그곳은 숲 비스름히 되어 있었다.
내가 그걸 왜 기억하냐면 늘 내 눈이 거기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 2, 고 3 때 점심 시간에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전속력으로 달려가 늘 꼭대기 나무 그늘에 벌렁 누워 운동장에 가득 찬 음악을 들었다. 끝나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그야말로 전속력으로 다시 교실로 올인. 그런 생활을 꽤 많이 했다.
난 수다스럽고 가볍고 허부적대는 명랑 소녀였는데 또 한편으론 혼자 있는 시간을 원했던 뒤죽박죽이었나보다.
사실 내 자유롭고자하고 다소 무책임한 성격에 이런 학교 체제는 정말 맞지 않아서 늘 꼭 끼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았는데 그래도 고등학교를 생각하면 좋은 게 둘 있다.
꼭대기 나무 밑에 벌렁 누워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 그리고 무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운동장에서 얼굴을 바짝 들고 이따위 바람 따위는 맞을 수 있어 하고 뭔지 모를 미래에 대한 도전장을 내던 일.
비쩍 마르고 못생겼던, 자의식이 강하고 그것을 숨기지 못했던 아이가 아직도 내 속에 있다.
산이나 여행을 갔을 때 나에게 가장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은 늘 나무다.
보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나무.
아주 작은 나무도 그 밑에는 동그란 그늘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가끔.
학교 뒷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까불고 달리기 잘하고 재미있었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
최운실 기사 밑에 댓글을 어제 보고 답을 했어. 한 번 들어가봐.
무좀도 없었는데 경숙이는 왜 다섯가락 양말을 신었었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옥규 덕분에 우리 큰애랑 재미있게 웃었어. 4년간 전철계의 여왕 (하인천~청량리)을
하던 시절도 떠올리고... 많은 친구들이 영등포, 남영역에서 내릴 때 부러웠어.
나는 청량리까지 가야했잖아. 옥규야, 29일에 나올거지? 그 때 보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