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 운동장 뒷산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황량한 그 언덕에 중학생이었던 우리가 나무 하나 하나 심었지 아마?
저렇게 작은 나무가 언제 자라 하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놀랍게도 그곳은 숲 비스름히 되어 있었다.
내가 그걸 왜 기억하냐면 늘 내 눈이 거기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 2, 고 3 때 점심 시간에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전속력으로 달려가 늘 꼭대기 나무 그늘에 벌렁 누워 운동장에 가득 찬 음악을 들었다.  끝나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그야말로 전속력으로 다시 교실로 올인. 그런 생활을 꽤 많이 했다.
난 수다스럽고 가볍고 허부적대는 명랑 소녀였는데 또 한편으론 혼자 있는 시간을 원했던 뒤죽박죽이었나보다.  
사실 내 자유롭고자하고 다소 무책임한 성격에 이런 학교 체제는 정말 맞지 않아서 늘 꼭 끼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았는데 그래도 고등학교를 생각하면 좋은 게 둘 있다.
꼭대기 나무 밑에 벌렁 누워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 그리고 무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운동장에서 얼굴을 바짝 들고 이따위 바람 따위는 맞을 수 있어 하고 뭔지 모를 미래에 대한 도전장을 내던 일.
비쩍 마르고 못생겼던, 자의식이 강하고 그것을 숨기지 못했던 아이가 아직도 내 속에 있다.
산이나 여행을 갔을 때 나에게 가장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은 늘 나무다.
보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나무.
아주 작은 나무도 그 밑에는 동그란 그늘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가끔.

학교 뒷산은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