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로 장사 시작한 지 꼭 12년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 그 세월을 보냈는가 싶다.
허지만 그땐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둘씩이나 있는 젊은 나이였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부모인 굴레를 쓴 우린 장사를 시작했고 12년이 흘렀다.

12년 전에는 9시에 문을 열어 23시에 문을 닫았었다.
지금의 우린 12시나 되어서 문을 열고 9시면 닫는다.
손님이 들어오면 귀찮아 얼른 나갔으면 하고 생각한다.
12년 전에는 대형 서점에라도 가서 사다가 책이 필요한 손님에게 주었다.

지난 해 말 젊은 부부 내외가 찾아왔다.
우리 서점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옆에는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 두 아이들이 있었다.
부부는 어떻게든 두 아이와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그건 12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우린 그 부부에게 서점을 넘겼다.

오늘 서점에 나가니 너저분하던 것이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었다.
부부의 각오를 보는 듯 했다.
손님이 오면 정성을 다해 인사하고 성의껏 책을 골라 파는 모습이 참으로 이뻤다.
내가 12년 동안 운영하던 오래된 서점이 지금 맑끔해져서 더 젊어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가 보다.
아주 오래 전에 미리 예약해 놓았다가 들어 앉은 듯
부부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책을 판다.
첫날인 어제는 요즘 보기 드물게 많은 책이 팔렸다.
좋아하는 그 부부를 보니 내 마음도 좋았다.

백수 또는 자유인,
내 몸의 끈 하나를 기둥에 묶고 사는 것처럼 답답하던 시절 꿈꾸던 말이다.
나는 이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나 갈 수 있고
머물고 싶은 곳에선 언제나 머물 수 있는 자유인이다.
시간으로 부터, 가족이라는 끈으로부터, 또 알량한 적금통장으로부터 자유다.

미친 듯이 실컷 여행이나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