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집 보낸 지 벌써 2개월이 된다. 
딸애 직장은 내 집과 자기집 꼭 중간에 있다. 
퇴근하면 자기가 살던 집으로 오지 않고 자기가 사는 새집으로 가는 것이 신기했다. 
신랑 아침밥을 해 준다니 그것도 기특하다. 
아침 밥 해 주는 며느리 봤다고 시어머니가 친구들에게 한턱 쐈다고 자랑했다. 
두 달쯤 되니 딸이 시집간 것에 그런대로 적응해 간다. 

난감한 것이 있다. 
전화를 해도 서로의 공통점이 없으니 별로 할말이 없다. 
밥은 잘 해 먹고 다니냐? 조서방은 일찍 들어와? 힘들지 않니? 시댁엔 별일 없으시고... 하고 물으면
 딸은 응, 아니, 하며 OX식으로 짧게 대답을 한다.   
그 다음에는 할말이 끊긴다. 
딸이 중3 때부터 내가 서점 하는라 바빠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못난 에미에게서 보다 주위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며 애써 위로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 사위를 만나니 그 아이에게 어미가 쑥 빠져 버린지 오래다. 
요즘은 핸드폰이 있어 사생활도 잘 모르니 대화거리가 더 없다. 

그럴 때 등장하는 것이 이뿌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뿌니 얘기를 꺼내면 어색함은 사라진다. 
"글쎄 이뿌니가 엄마 침대 믿에다 살림을 차렸어, 
이불을 깔아 놨더니 자기 물건이란 물건은 다 가져다 놓고 거기서 놀고 잠을 자." 
"어머나 이쁜이 보고 싶어" 
딸 아이는 마음껏 자기 감정을 말한다. 
이뿌니 보고 싶단 말 속에서 나는 엄마가 그립다는 말을 읽는다. 
"자다가 일어나 이방 저방 다니며 살펴 봐. 아마도 널 찾는 거 같애." 
나는 이뿌니를 내세워 나의 허전한 속 마음을 말한다. 
"이뿌니 보러갈꺼야." 
딸은 친정에 오고 싶단 말을 그런식으로 말한다. 
"이뿌니 새 옷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꼭 공주같애" 
나는 딸이 한번 오기를 종용한다. 
"엄마 화요일은 조서방이 방송이 늦게 오니 그날 집에 가서 저녁 먹을께." 
"그래라. 너 좋아하는 비빔된장 해 놓을께." 

딸애는 이뿌니 핑게대고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들른다. 
작은애가 떠나자 이뿌니의 왕성했던 식탐이 많이 줄었다. 
어떤 때는 한알한알 먹여 주어야 밥을 먹기도 한다. 
신혼여행 갔다가 와서 자기 집으로 떠난 후 
" 우리 이뿌니 언니 보고 싶어 어떻게 해"하고 말했더니 우~ 우~ 하고 한참을 울던 이뿌니다. 

미니핀 종류의 이뿌니는 지금은 사위가 된 아이가 이 년전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이쁘긴 한데 너무 짖어 아파트에서 도저히 키울 수 없어 주택인 우리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우린 키우던 재롱이가 죽어 마음이 상해 있었다. 
이젠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노라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었다. 
미리 물어 봤으면 데려오지 못하게 했을텐데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이쁜이는 우리 집으로 왔다. 

작은 딸 결혼 시키고 들어와 남편은 말했다. 
" 허허 그거 참! 사위가 작은 이뿌니 데리고 와 큰 이뿌니를 데리고 갔네." 

서로의 마음을 내 보이기를 유난히 어색해하는 우리 가족이다. 
그럴 때 이뿌니는 컴뮤니케이션이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