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이 오늘 유타주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갔다.
차를 가지고 한 10시간 드라이브를 해야 한단다.
엘에이를 떠나서 가는 길엔 눈이 많이 온 곳이 있어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듯 하다.

집에 와 보니 식탁에 꽃도 꽂아  놓고 냉장고엔 프라임 비프를 해서 크리스마스에 먹으라고
양념까지 해 놓고  갔다.
항상 그렇듯이 사람이 있다가 간 자리는 표가 나기 마련이다.

일하고 집에 오면 하룻동안 서로에게 일어났던 일을 얘기하고,
서로의 신세타령을 하느라 매일 저녁에 늦게 잤더니 피곤하긴 했지만 ---
그녀가 이렇게 예쁜 식탁을 마련해 주고 간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

있을때 좀 더 잘해줄 걸----

1월에 있을 친구아들 결혼식에 오느라 다시 온다기에 섭섭한 마음은 덜하지만,
사람이 있다가 없으니 집이 썰렁하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제일 힘드는걸 뼈져리게 느끼며 사는 그녀에게
내년엔 좋은 일들이 많아지길 마음속으로 기도 드려보는 저녁이다.

"앤,나는 해양학자가 꿈이었어"
"그래? 왜 바다속에 사는 모든 고기들을 구해 주려고?"
"응,나는 바다를 구하고 싶었고,세계를 구하고 싶었거든---"
"그래,모두 구하자,바다의 고기들도,지구의 오염도,세계도 모두모두---
그런데 우리들 자신과 가족들 부터 구하는게 어떡겠니?"

하하하,후후후----그녀와 나의 낄낄 거리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