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중3,

그러니까 1971년, 동복을 입기 시작할 때 즈음으로 점심시간이 아닌가 기억한다.
솔직히 말해서 봄인지 가을인지 모르지만 주변의 나무와 잔디를 보면 파릇한 새싹 시즌은 아닌듯,
게다가 고등학교 입시시험을 앞두고 우리들 얼굴에는 초췌한(공부만 해서) 모습이 역력한듯 하니
분명 만물이 소생하고 희망에 찬 봄은 아닌 것 같다.

학교 정문에서 주욱 올라와 정면에 '슬기로운 여성~ 무슨무슨 여성, 무슨무슨 여성' 글이 걸린 긴 계단을 마다하고
- 늘 책상에서 책만 접하다 보니 다리들이 부실하여 갑자기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걸으면 밤새 다리가 아파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많이 받았다.

좌측으로 꺾어져서 올라오다 보면 정면에는 분수대가 있고 우측에는 둥근 원형교사가, 분수대 뒷 쪽으로는 인일여고 건물이 있다.

조금 더 올라와서 우리 왼쪽으로 분수대를 지나치기 직전에 앞에서 누군가가 찍은 사진.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내가 자유게시판에 수도국산에 대한 글을 퍼다 올려 놨는데
혹시 이 흑백사진의 뒷 배경이 수도국산이 아닌가 생각되서이다.

그리고 아래에 칼라사진은 이번에 14기들이 홈커밍 30주년을 마치고 찾은 모교에서 찍은 사진인데
마침 꼭 그 자리에서 찍은 것은 아니지만, 흑백의 사진 속의 뒷 배경이 비슷하게 나마 최근의 모습으로 바뀌어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같이 올려 본다. 또,
맨 아랫 사진은 수도국산의 산꼭대기에 지어진 아파트群 모습이다.

최근에 그 곳, 일명 '달동네'를 철거하면서 그 곳에 있던 집들의 모습과 당시의 생활상 등등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당시의 집기등을 모아서 만들어 박물관으로 만듬)곳의 사진 몇 점도 올려 봤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다시, 흑백사진으로 돌아가서
왼쪽 부터, 조혜선, 변애자, 김인복, 이영란, 안광희.
다들 15~16세의 나이에 걸맞는 풋풋한(나이만 풋풋) 모습들이다.
근데 안광희 눈은 왜 저럴까? 요즘 연예가에서 유행하는 서클렌즈를 끼었나?
눈이 저때는 유난히 까맣고 컸었나? 그렇다면 오죽 좋았으련만,
이유는 사진에 내가 눈을 감고 있어서 만년필로 눈을 찍어 놓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주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h) (:h)

또 살펴 보자.
다섯 중에서 이영란의 스커트를 보면 앞으로 맞주름, 뒤에도 맞주름, 안보이지만 허리는 한번 더 접어서
약간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길이를 만들었고 허리에는 늘 폭이 넓은 벨트를 했었다.
그래서 영란이의 허리는 언제나 한 줌 이었다.
그녀가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입은 이유는 다리가 늘씬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머지 네명은 있는 그대로 입었던 것으로 확신한다.

인복이와 영란이는 중1 입학 하면서(대개는 3년 그대로 입음) 맞춘 교복이 1,2년 사이에 키가 더 컸는지
팔 부분이 많이 짧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나 혜선이, 애자는 별로 안 자랐다는 말인가? 그런가 보다. 아마도...

아! 그리고 머리에는 우리가 '도마삔'이라 불렀던 핀을 꽂았는데, 내가 기억하기는 혜선이는 가끔 핀을 안 꽂고
그냥 귀 뒤로 오른쪽 머리를 처리를 했고, 애자, 인복, 나는 핀을 모범생 답게 꼭꼭 학교에서 원하는 규칙대로
꽂고 다녔는데, 영란이는 왼쪽 가르마에서 오른쪽으로 핀을 바로 꽂아 버려서 오른쪽 머리가 가끔 오른쪽 뺨 부분을
많이 가리는 효과를 내고 다녔었다. 통통한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게 하려고..
그런 스타일의 애들이 몇몇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 때문에 모범생이 아니란 소리는 아니다. 그냥 각자의 개성으로 봐 주어야 할 부분이었다.

나를 빼고 이 네 아이들을 졸업 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영란이는 수십년 전에 봤던가? 애자도 한번 봤던가? 주로 남미쪽에서 살아서 못 봤던 것 같다.

이게 벌써 35~6년이나 된 사진이니 상태도 많이 심각해 졌다.

그나저나 내가 이 사진을 올리면서 장황하게 '수도국산'이니 '달동네'니 장담을 하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찾아
올리면서도 점점 은근히 자신이 없어졌다.

흑백의 뒤에 있는 산 오른쪽의 큰 건물은 뭐지?
저기가 수도국산 맞아?
수도국산은 송림동 쪽 아닌가? 송림동 쪽은 맨 왼쪽의 혜선이 뒷쪽보다 훨씬 왼쪽에 위치해 있는 것 아닌가?

저 쪽은 오히려 숭의동 쪽? 그렇다면 저 큰 건물은 전도관? 아니면 선인재단? 아니면 뭐지?
그때나 지금이나 길치에 위치치....

얘들아, 누가 알고 있니?
난 이제 이 것 들을 다 내리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없어졌단다. 흐~윽~!(: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