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니 물론 언제나처럼 많이 먹지. ㅎㅎ
허리 둘레...심각해진 거 잊어버리고...

요번 가을이 좀 특별한 의미인 것은
8월 말에 내 큰아들이 군대에 갔기 때문이지 싶다.
빨리 갔다 오라고 등 떠밀었는데, 막상 가고 나니
평소에 잘해주지 못하고, 강하게 키운답시고 너무 야박하게 대한 일들만 생각나서
어쩌는 수 없이 우울해지는 날들이었다.

허구헌날 축구다...바이올린이다...취미활동을 전공(?)으로 알고
내 구박을 받아가며 동분서주 하던 녀석,

의정부로 가는데 전철 타고 간다고 오지 말라며 제법 단호해서 안 가려다 그래도 아니다 싶어 따라 갔다.
워낙 더운 날이라 정렬도 안 시킨 채 나무 밑에 가족, 친구들과 어울려 있는 채로 식을 거행하고는
집합 시키더니 한 5분 만에 '좌향 좌' 하여 강당으로 데려가고는 그만이다.

그 펄펄 뛰는 젊음을 억누르며
젤 싫어하는 단순반복, 부자유함, 답답함 속으로
어쩌는 수 없으니 ..휙 돌아서서 뚜벅뚜벅 걸어 가던 뒷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는 건 수많은 엄마들이 겪은 일이겠지.

허전하다 보니 각자 약속이나 한 듯 온 식구가 더 바쁘게 돌아간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교회에 매일 가시고, 우리 부부는 작은 아들 데리고 음악회에 여러번 갔다.
KBS홀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플룻연주,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라 칼멘, 라 트라비아타...등등.
그러던 중
엊그제는 오랫만에 흥자, 찬영이, 영란이네 딸네미 성문이..등과 어울려 코다이, 바버, 드볼작의 곡들을 감상했는데,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고 현악이 특히 아름다워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 듯 했다.

어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모네 전시회를 다녀왔다.
학교 동료 선생님들이랑 동학년 연수로 모처럼 문화나들이를 한 셈.
그 유명한 모네 그림 중 빠진 것이 많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눈이 호사를 하고....운치있는 까페에서 차 마시고....
빗길의 덕수궁 돌담을 걷고...

아들의 빈 자리를
제법 문화코드로 위로 받고 채우고 있으니
요즘 완전 문화폭식(?) 중.

갑자기 두선이 목소리가 들리는 듯
'명희, 언젠가는 연달아 여행에, 래프팅에 정신없이 다니더니...
이번엔 연주회를 그렇게 자주?....살림은 어쩌구...?ㅋㅋ'
아...이렇게 가을이 오고 시간은 흘러가는 거구나.

내일까지 쓸 수 있는 가평 자라섬 재즈 축제 티켓이 몇 개 있는데
거기까진 넘 피곤해서 못 가겠네.( 진작에 누구 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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