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이 다 지나가는가 보다.
낯의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
이번 여름엔 유난히 해변에 자주 갔었다.
난주가 이사한 동네가 해변과 가까워서 운동삼아 피서삼아 퍽하면 갔다.

오늘은 정순이가 손주 보느라 힘들었던 것 같아서 정순이랑 난주랑 비치에 또 갔었다.
저번 피어에서 보니까 부기보트로 타는 파도놀이가 쉬운 것 같아서 부기보트를 챙겨서
'별이 쏱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를 목청껏 부르며
부기보트를 등에 지고 백사장을 가로 질러 바다로 내달았다.

파도타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보기엔 쉬운 것 같던데---
세상엔 쉬운일이 하나도 없다는 걸 또 느낀다.
얌전이 정순이는 물 묻이는게 싫다면서 모자로 해를 가리고 요조숙녀로 앉아 있는다.
사온 김밥이랑,떡이랑 먹고 ----

난주가 덮어주는 고운 모래속에 파 묻혀서 모래찜질을 하며 생각해 본다.
이시간 그리운 내낭군은 뭘할까?
더운여름 환자들 대하며 짜증이 나지는 않을까?
제주도를 가야하나,홍콩을 가야하나?
몇번 다녀온 제주도보다는 홍콩이 낫겠지?
정순이랑 난주는 뭐가 좋은지 옆에서 깔깔거리며 수다가 한창이다.

엘에이 산지 25년만에 이제 쪼금 캘리포니아 걸이 되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