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과수원에 갔었어.  젊은 부부팀들과 같이.
경주의 큰 왕릉 같은 부드러운 언덕이 (우리 남편은 처녀 젖가슴 같다고 하더라.) 앞뒤 좌우로 겹겹이 늘어 서 있는 이스트베이 프레즌튼을 지나 리버모어에서 북쪽으로 향하니 낮으막한 구릉들 위에 풍력발전하는 큰 바람개비가 엄청나게 많이 길 좌우로 늘어서서 돌아가고 있었어.

“친구들과 골프치러 이 길을 지나며 할 일 없이 떠들었죠. 왜 어떤 놈은 돌고 있고 어떤 놈은 서 있을까? 너무 전기가 남아 돌아 세워 놓았나? 고장이 났나?  심심하니까 그러나?  저 잘 난 맛에 제멋대로 놀고 있나?  그냥, 떠들고 놉니다.”
“줄줄이 늘어서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게 발레하고 있는것 같아요.”
“큰 날개 작은 날개, 날씬한 날개 듬직한 날개, 오케스트라 심포니를 연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젊은 팀들과 같이 있으면 내가 주눅 들기도 하고 한편 젊음도 샘솟는다.  

길 양옆으로 과수원이 나오고 스탠드에 체리니 복숭아, 토마토에 각종 살구가 가득하다.  공짜 ‘Pick U’ 간판이 여기저기 세워져있다.  
한적한 곳으로 좀 더 올라가 ‘White Peach Pick U’ 간판이 보이는 샛길로 들어섰다. 딸기처럼 낮게 깔린 달걀 모양의  빨간 토마토밭을 지나니 오이처럼 나무에 얹혀 세워진 큰 토마토밭이 나오고 아직 덜익은 싯퍼런 복숭아밭이 나온다. 그 사잇길로 들어서니  빨갛게 익은 복숭아가  복실 복실하니 주렁주렁 열리고,  젊은 총각과 주인 아줌마가 반갑게 맞이한다.  

먹는 것은 얼마든지 공짜. 가져가는 것은 1파운드(450g)에 1불! 오매, 공짜란다!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달려간다. 어쩌면 이렇게 많이 열렸을까?  아마 작은 나무 한 그루에 500개 이상은 달렸을 것 같다.  
젊은 한 남자분은 wife를 가볍게 목말 태워 꼭대기 큰 복숭아를 따게한다. 또 한 남자분은 막내아들을 목말 태워주고 있다.   밑에도 탐스런 복숭아가 잔뜩 열렸는데…
나는 그저 밑의 복숭아만 붙잡고 카메라를 바라본다.

물렁물렁하게 잘 익은 것 하나 골라 살짝 당기니 뚝 따진다. 껍질을 벗기니 단물이 줄줄 흐른다.  
“여보, 이것좀 드셔보세요.  아주 다니 맛있어요.”
“응, 이것도 당신 맛 보구려. 당신 같이 통통하니 예쁘게 잘 생겼어.”  



                                                                                                                   7월 2일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