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릴때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5남매가 바글바글 살았지만 밥을 굶는 일은 없었는데 나의 남편은 시골 출신이라 밥대신 밀가루와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지금도 맥도날드에 가면 감자튀김은 절대 사양하고 칼국수는 천적으로 여겨 먹기만 하면 체한다 한다.  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비교적 잘 이해하는 편인데......

이곳 El Salvador에서 세운 공장이 값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기에 아주 가난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공장 바로 앞에 있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문자 그대로 하꼬방 달동네야. (물론 이곳도 부자는 꽤 많지) 남편은 직원들에게 분기별로 이 나라 사회 곳곳에 봉사를 해 보자고 해서 마침 내가 방문한 이번에는 동네 사람들을 초청해서 간단하게 잔치를 베풀고 먹을 것(쌀, 식용유, 팥, 그리고 우리 공장에서 만드는 티셔츠 등등)을 주고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벌였다. 삐에로와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이들 좋아하는 캐릭터와 마술사를 부르고 흥겨운 음악을 틀고 피냐타(큰 종이 인형을 나무에 매달고 한 사람씩 몽둥이로 때리면 나중에 맛있는 사탕이 터져 나오는 것)놀이도 하고 분위기를 한껏 돋구었지.

나는 행사 내내 인천의 수도국산 동네가 생각나는거야.  남편이 시골에서(강화)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형 누나 있는 곳에 온 곳이 바로 그곳이지.  지난번 내 친구 백영란과 함께 수도국산에 새로 생긴 달동네 박물관에 가 보았는데 그 60년대 말과 비숫한 수준의 동네야.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남편과 그의 가족은 참 애쓰며 살았지. 그래서 유난히 형제 우애가 두터운데 나는 이곳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었어.  '피냐타'놀이가 끝난 후 캔디라고 하나 생기면 아이들은 얼른 자기 어린 동생에게 가져다 주곤 하는 것이야.

행사가 끝난 후 그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에 위치한 한 집을 방문하는 행사도 했는데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환경의 집에 몇명인가?  남자들은 다 일나가고 없는데도 한 8명 정도는 사는 것 같았어.  화덕도 돌멩이 얼기설기 놓고 작은 나뭇가지를 피워서 '똘띠야'라는 밀가루 떡만 해 먹고 사는 것 같아.  한 15살 정도 되는 예쁜 여자 아이는 이미 세살박이 엄마가 되어 있고...

비지니스가 되는 한 단발로 그치는 행사가 아니라 지속하고 싶다니 이 점만은 자랑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