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꽃이 다투어 피는 4월의 대지처럼 화사하더라. 
4월의 신부와 신부 엄마의 모습이..... 

왜 이처럼 기쁘고 행복한 날은 젊은 날 생각들로 마음이 착 가라앉는지.  
나와 기선이는 고3 때 31번과 32번으로 한 반이었을 뿐 아니라 
내 이모네 집에서 꽤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특별한 관계였다. 
겨울을 견딘 초목들이 화사한 꽃을 피우듯이 
겨울처럼 추운 시기를 견디어냈기 때문에 오늘 이처럼 찬란한 결실을 맺는가 보다. 
삼년 전,기선이 큰 딸 결혼식에서도 참 많은 생각들이 났다. 
그때도 나는 긴 글을 썼었다. 
글을 쓰며 그때도 쓸데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같이 기쁜 날을 향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슬픔을 삼키었는지 
삼 십년을 우리는 지켜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아름다운 신부와 신부만큼 빛나는 신부엄마의 모습이 참 대견했다.

결혼식장에 가서 결혼하는 신랑신부를 보면 
부부로 함께 살아갈 그들 앞에 놓인 시간들이 생각나 안스럽다. 
저 부부가 오늘 우리가 앉을 부모석으로 올라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한지, 
그렇게 견뎌낸 인내가 얼마나 성스러운지  
우리는 지금 어찌어찌 겨우 해냈는데 장차 저 애들은 할 수 있을지, 
멋모르고 좋아하는 신랑신부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한다. 

오늘 결혼 주례하시는 분 역시 우리 동 시대 사람이고 
그런 의미에서 결혼 주례사가 마음에 와 닿더라. 
우리가 삼 십년을 살며 느낀 그대로를 
주례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시더라. 

세월은 큰 스승이다. 
예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삼 십년 세월은 알게 했다. 
저 아이들도 삼 십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앉은 자리에 앉아 
세월이 가르쳐 준 것을 깨닭게 되겠지. 

첫 만남에서 첫눈에 반한, 
스스로 환상의 커플이라고 행복해 하는 그림같은 선남선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니 
덩달아 참 좋았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젊은이들이라 아주 잘 살 것이다. 
기선아! 
낳고 키워 짝지워 보내느라 애썼다. 
부모로서 최소한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부터는 즐기며 살거라. 
다시 한 번 예쁜 둘째 딸의 결혼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