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철수에 관한 기억이 그리 많이 없다
한 두어가지---

엄마들이 학부모 참관을 하시던 날엔 꼭 철수 얘기를 하시던 것
'철수 이 다음에 잘 살거야,크게 될거야'
난 엄마들이 왜 그런 얘기를 하시는지 이해를 못 했었고,이 다음에 커 보면 알게 되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 했었다
아마 철수가 꽤 재미 있는 이야기를 배짱 좋게 했었다는 것 그 정도가 기억 난다

하나 더
철수랑 과외공부를 했었었다
그때 기억도 별로 없다
과외 하면서 철수가 꽤 웃겼었다는 것
철수는 그 시절을 지금도 기억 하고 있었다

그때쯤
향숙이 엄마가 우리 집으로 찾아 왔었다
'철수네 집 알고 있니? 그 아이 집에 좀 같이 가자'
'철수 집은 모르는데요,용원이 집은 아는데 걔네 집에 가면 철수네 집을 알 수 있어요'
나는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향숙이 엄마랑 용원이 집에 갔었다
용원이랑 철수 집에 갔더니 철수는 물론 없었다
아마 집 어디에 숨어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날은 나에겐 참 피곤한 날로 기억 된다

어찌어찌 해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
철수가 주먹을 날려서 향숙이 코피를 터트렸단다
왜냐---
향숙이가 루머를 퍼트렸단다
'오철수가 백경주를 좋아한다더라'
그랬구나 오철수가 백경주를 좋아 했구나 . 40년전에---

철수를 만났다
나고야에서---40년 만에
'철수야 너 나 좋아 했었니?'
'아니'
'아니었구나,그럼 됐어'
'경주야,너네 집 있잖아 .남중앞에 커다란 집'
'알지,앞마당이 되게 넓었던 집,그집 앞마당엔 그당시 독일제 풍뎅이 차가 들락 거렸어
근데 그 집 우리집 아니야
우리집은 그 골목으로 쭉 들어 갔고,
우리 아빠가 하던 사업이 망해서 그집 근처 어디에서 셋방 살았어
넌 날 많이 오해 했었구나
나 그렇게 부잣집 딸 아니야,네 생각대로 좀 세침 하긴 했지'

'그 집이 얼마 전 매물로 나와서 사려고 가 보았었어
경주-- 네 생각이 나더라
오래전 그 집앞을 지나려면  어느 방 근처에서 불빛이 세어 나오던 것 도 생각 났었고'
'그래? 너 정말 나 안 좋아 했었구나'

철수야
건강해라,그리고 오늘처럼 또 만나서
못다한 이야기 있으면 조금씩 풀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