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가을날이다.  모두들 풍요롭고 아름다운 이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인가.  
너도나도 황금빛 누런들과 울긋불긋 불타는 단풍든 산으로 여행을 떠난것 같다.  
280 freeway 타고  Half Moon Bay로 달려간다.  하늘은 얕게 구름이 드리워져 포근하고 바람 한점  없어 좋기만하다.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잘 나오겠다.  부드러운 능선의 누런 구릉 위에는 검고 누런 소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푸른 산밑에 드러누워 있는 호수를 보며 92번 태평양 바다쪽으로 향한다.
아차, 차들이 길에 서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해프문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pumpkin festival을 보러 가는 차들이다. 언제 저산을 넘어가지?  

“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 괜찮아요. 급할것 없잖아요.”  
구불구불한 산길을 섰다 갔다 천천히 오른다. 길 옆의 Oak참나무며 유칼립튜스, 소나무, 싸이프러스 그리고 작은 Redwood를 보며 마냥 기어간다.

“ 오정선 언니가 엘에이에서 동창들과 류지인도 만나 함께 세도나 갔다 왔대요.”   “그래?”
“ 당신 이야기도하며 지인이가 우리를 좋게 보아주었나봐요.”     “그래?”  
“ 인일 8회이신 언니도 똑똑한데, 그 동생도 정말 똑똑하더라고 그러더군요.”    “그래?”  
“ 물론, 정선이 언니도 우리를 좋게 말해 주었을거예요.”    “그랬을거야.”  

“ 우리를 만난 친구들이 우리를 좋게 보아주고 우리를 기억해 주어 참 고마운 일이야. 기회 있을 때마다 즐겁게 만나고, 가끔 기억나게 해줄수 있다면 아름다운 일이지. 나도 가끔 기억나고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모하는 사람도 있고…”   “ 그게 누구예요?”  

Summit 35 번을 지나니 멀리 태평양이 보일듯 보일듯하고 계곡을 따라 난 길에 차가 가득 줄지어 있다.  물통을 죽 세워 놓고  물을 받던 약수터를 지나고  조랑말 타고 사진 찍던 예쁜 성처럼 지은 호박밭을 지나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큰 1280파운드 (576kg) 의 호박이 있는 농장으로 들어갔다.  

호박도 가지가지 많기도하다.  백조처럼 생긴 호박도 있고 조롱박에 단호박, 뿔달린 호박까지 색깔도 가지가지다.  큰호박에 걸터 앉아 사진을 찍는다.   “ 어, 그 호박 너무 무거워 밑이 주저 앉았잖아.”  큰호박은 자기 무게에 눌려 둥글지 않고 밑이 평평하니 주저 앉아있다.  

“ 제가 이 호박처럼 너무 살이 쪘나봐요.”
“ 괜찮아, 넉넉하니 좋잖아. 당신보면 모두들 마음 편안하니 좋아하잖아. 괜찮아.”




                                                                                    10월 15일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