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옛날 사진을 올려본다.
조용한 11기 방이 이 흑백사진으로 더욱 차가와 질까봐 칼라사진도 같이.

고1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분수가를 자주 찾았었지.
상수, 광희, 희복, 송자...
손에 책 한권 쥐어지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린 이미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었나보다.
역시 자랑스런 내 친구들이다.

얼마 전에 가 본 분수가.
흑백의 우리 시기와 달리 벤치 주변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빙 둘러 심겨 있었다.
인일제에 가서 찍어 왔기 때문에 마침 시화전이 열렸었는데,
저 벤치가 혹시 우리가 앉아 있는 그 벤치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이 분수가에서 중3, 고3을 지나오며 사진을 한장이라도 안 찍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어느 장소이든 물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장소가 되듯이
우리들도 주로 점심먹고 남는 시간에는 분수가로 몰리곤 했었다.

점심먹고 남는 시간?
밥 먹는 속도가 느려 점심시간 내내 밥을 먹는 아이도 있었고,
교실 한 귀퉁이에 모여 수다로 시간을 지내는 아이도 있었고,
다음수업 준비를 위하여 예습을 하는 애들 - 있었나? 있었겠지? 있을까?
잠이 부족해 엎드려 자는 애들 - 얘들은 밤새 공부를 했겠지?
그동안 밀린 소설책(?)을 읽는 애도 있었지?
탁구장에 가서 눈치보며 라켓 한번 잡아볼까 눈치 보다가
워낙 잘치는 사람들에 밀려 그냥 구경만 하다 오는 애들,
그리고,
새벽부터 한 밤중 까지 햇볕을 못 쬐고 공부만 파다가 하루 한번, 점심시간에
건강을 위하여 잠시 바깥 바람을 쐬러 나가는 나나 상수, 희복, 송자 같은 애들.....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스타일들이 가지각색이었었다.
여기에 올린 옛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당연하지.
그러고 보니 주로 점심시간에 나는 통일동산, 운동장, 분수가.....사진 찍는 날 어쩌다 나왔겠지?
---------------------------난 그렇게 생각한다. 햇볕이 그리워서, 비타민 D가 모자라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