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바람도 산들산들 부는 상쾌한 날씨다.
땀 흘리며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마음은 지인이 만날 생각으로 즐겁기만하다.

어제 오늘 류 지인과  반갑게 통화했다.  지인이는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오고 남편되시는 분은 한국에서 엘에이를 거쳐 리노로, 리노에서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와 공항에서 만났단다.  6개월 만인가, 1년 만인가?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싸늘하여 발이 시려워 양말도 사고 따뜻한 오리털 parka를 남편과 함께 둘이서 똑같이 사입었단다.

둘이서 셔틀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샌프란시스코 이곳 저곳을 구경했단다.  pier  39도 가보고 케이블카도 타고 금문교며 우리 만날 아름다운 소살리토에도 가 보았단다.   아마 오랜만에 사랑을 속삭이며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처럼 웃으며 시내관광을 즐겼으리.
함께 오신 남편을 생각하며… 찬물로 세수를 해도 땀이 송글송글 또 맺힌다.

사무실에서 뛰어나온 혜경이도 들떠 있는 것 같다. 목소리도 높고 환하게 웃으며 빠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골든게이트 공원 에 들어가  De Young Museum 앞으로 van이 가니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동양인 연인이 눈에 들어온다.  
“ 지인이야.”  지인이도 보고 뛰어 온다.  
처음 만나는 것인데도 어색하지 않고 반갑기만하다.  
“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남편들도 알고 지낸 사이인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밴이 금문교에 들어선다. “ 이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차는 붉은 금문교를 그냥 지나친다.
멀리 샌프란시스코가  바다 건너 보이고 알카트라츠 섬과 엔젤 아일랜드, 페리 연락선과 요트가 오가고 갈매기가 날으는 소살리토는 아름다운 곳이다. 바위에 파도가 철석철석 소리내며 부딪히고 있다.

“ 형님, 한 잔 받으시지요.”  바다위에 기둥을 박고 지은,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skyline 이 보이는 식당에 앉아  빠알간 포도주 잔을 쨍하며 부딪힌다.  옆 테이블 손님도 웨이터도 우리들을 살짝 바라본다.
“ 형님” 이라 부르는 소리가  정답고 보기에 참 좋다.
진한  merlot 포도주로 입술을 축이며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지인이 남편의 동그란 눈이 맑게 초롱초롱 빛난다.  

두 아들의 교육을 위하여 7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떨어져 있었단다.  7은 행운의 수요, 완전한 수라 했지.   회사일로 가끔와서 잠깐 잠깐 보고갈뿐, 남편은 집에서 요리도 직접 잘하고 문학산에 등산하며 건강하게 지내셨단다.  남편은 많은 또래들이 명퇴다 구조조정이다 하며 일찍 은퇴했는데,  한 회사에서 30년을 한결같이 재미있게 즐기며 일을 하셨단다.  

지인이는 “ 짝사랑” 이라고 한다. 사랑스런 가족보다도 회사 일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회사에서 어떻게 대할지 몰라도 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회사를 “짝사랑” 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두 아들  공부 잘하게, 훌륭하게 키운것으로 만족해 하며 꽤 괜찮은 꽃집을 동생에게 미련없이 넘기고 떠나는 지인이는 참 부러운 “ 어머니” 다.   이제 다시 낭군님과 한국에서 알콩달콩 살며  새 일을 맡은 남편을  도우며 무언가 뜻있는 일을 하며 살겠지.

붉은 포도주에 얼굴도 마음도 하늘도 분위기도 점점 붉어져간다.  
여유롭게 말하며 오리털 파커를 벗고 까만  민소매 티를 입은 지인이가 자신만만 하고 도통해 보인다.  신나게 맞장구 치고있는 혜경이는 기분이 참 좋은 것 같다.  인터넷에서 주고 받은 대화로 그 동안 지내온 것은 서로 알고 있으니 어제도 만나고 그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난 것 같다.  미술감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인이가 우리 언니같이 친근하다.  

지인이 남편께선 인간 세상사를 전공인 고분자 세계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말씀하신다.  허술한 20%가 있어야만 부드럽고  조화롭게 잘 돌아간다고…  내가 아마 허술한 20%이겠지?  

어스름한 저녁에 멀리 샌프란시스코도 불을 밝히고 배들도 가로등도 불을 밝히고 있다.
찰랑이는 바닷물이 쌓은 돌둑을 넘어 길가까지 넘쳐 들어온다.  
산 위에서 안개구름이 밀려 내려와 집들이 서있는 산중턱까지 휘어감고 있다.  
검은 하늘은 별들을 더욱 반짝 반짝 빛나게 하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정말 아쉽다.  주말에라도 올 것이지.  
레드우드 보러 또 오겠다지만 그게 언제라고,  기약도 없이 기다리고만 있을까?  우리들은 헤어지지만 남편과는 헤어지지 않아  지인이는 좋겠다.

지인아, 잘 가. 또 보자. 낭군님과  꼭꼭 손잡고 아침마다  자주자주 문학산도 오르고…  혜경아, 네가 있어 더욱 좋았어. 고마워.  

“ 여보, 내 친구 예쁘죠?”  
“ 허, 이 사람. 우리 선배님의 안목이 좋아 잘 선택한거지.”  

밝게 반달이 싱긋 웃으며 윙크하고 있었다.


                                                                                      
                                                                                                                        8월 22일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