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테푸르시크리 - 악바르 대제와 여인들


우리 가이드 라지브(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한 인도 현지인)에 의하면

‘푸르’ 나 ‘바드’ 는 힌두교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에서

이슬람사람들이 세운 도시 이름의 뒤에 붙이는 말로서 시크리에서 승리하다

뭐 이런 뜻이라고 하던데 이름이 왠지 마음에 닿지 않더라.

시크리에서  자이뿌르로 향하던  버스에서 졸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아! 시크리에서 아들을 낳은 것이 승리했다는 것 아닐까?“ 이런 궁금증이 들더군.



2006년 여름휴가는 원래 계획대로 하면 우리 11기 친구들과 하와이로 갔어야 하나

친구들과의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미루어 두었던 인도로 행선지가 변경되었어.

가고 싶은 유럽의 어느 한 나라도 아직 가질 못했는데 여행이란 건 내 계획으론 갈 수 없는

개인사정 때문에 옆 사람이 가자고 하면 흔쾌히 ‘좋아요!’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ㅉㅉㅉ

인도라는 나라는 학교에서 배운 것 밖에 아는 것이 없지만

류시화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읽었듯이

가난한 삶에 대해 우리 선조들이 한을 지니고 은근과 끈기로 살아갔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은 끈기 있고 낙천적이고 철학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

들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며 인도로 떠났었어.



패키지여행이라 현지인과의  교류가 없고 문화유적지들과 힌두사원들을 탐방하며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였기 때문에   추상적인 감정들은 느낄 새가 없었는데 여행이 거의 끝날 무렵

도착한 파테푸르시크리에서 내 엉뚱한 상상의 나래가 펴졌다.



파테푸르시크리는 악바르 대제가 수많은 여인들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회교 수피인 세이크 살림 치스티의 예언을 듣고 아들을 낳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성자가

사는 곳 옆에 세운  도시란다.  

물도 귀한 척박한 땅에 수도를 만들었으니 오래갈 수 없는 도시였지.


왕궁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악바르 대제의 세 왕비 중 첫번째 왕비의 방을 보게 되었어.

첫 번째 왕비는 악바르 대제의 사촌누이로서  바이람 칸(악바르 대제의 후견인으로 후일 반

란이 실패하여 도망치던 중  살해 됨)의 부인이었던 여인인데 2평정도로 보이는 작은 방에

대리석으로 홈을 파서 보석을 붙이고 조각을 한 아주 화려하고 예쁜 방이었지.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악바르 대제의 침실이었는데 계단으로 오르는 곳에 붉은 사암으로 만

들어진 침상이 있고 그 밑에는 물이 있어 아침에 하인이 물에 발을 담가 그 소리로 왕을

잠에서 깨웠다고 하더군.  큰 방에 장식도 별로 없어 검소했구나 하는 느낌을 주더라.

그다음에 두 번째 왕비(기독교도라고 한다.)의 방에 갔는데 첫 번째 부인의 방보다 넓기는

한데  초라해 보일 정도로 정성이 들어 가 있지 않은 방의 모습 그리고 벽에 조각이나 보석

은커녕 그림만 그려진 것을 보자 갑자기  내 가슴은 쿵쿵거리며 아들을 낳았다는 세 번째

왕비의 방이 궁금해지더구나. 가이드에게 ‘세 번째 부인의 방이 어디에 있어요?’ 하고 물으

니 야릇하게 웃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따라가 본 나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어.



세 번째 왕비는 만 싱이라는 라자스탄 암베르성의 성주의 딸로서 악바르 대제와 정략결혼을

하였던 것인데 악바르 대제가 그토록 원하던 아들을 낳아준 여인이란다.

세 번째 왕비의 방???

커다란 대문을 통해 또 다른 문을 지나 들어가야 하는 궁궐  속의 또 다른 궁궐이었단다.

커다란 정원의 오른 쪽에 여름 집 왼쪽에 겨울 집이 따로 있고 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는

사원을 지어주었다는 구나. 그 화려함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첫째 왕비와 둘째 왕비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가 상상되면서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유진아빠 친구 말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더구만  당연하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며 억누루고 있는 가를 내가 지적하자 조금은 수긍하더라.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나 말이 얼마나 시대의 관습과 사고에 얽매여 있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내 삶의 화두인 자유와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꾸뜹 미나르 유적에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간디의 화장터 라즈 가트, 힌두교와 불교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점, 갠지즈 강에서 힌두교도들의 기도모습과 일출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구루의 모습,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을 둘러보며 샤자한의 삶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던 일

등  비록 일주일 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인도의 역사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 수 있어 행복

했다.  인도에 대한 역사책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이제 관심을 가지고 싶다.

내 친구 정아엄마랑 언젠가 영국을 한 달간 여행하자며 수년전부터 약속해서 책을 읽고 또

읽어도 영국역사는 도저히 정리되지 않더니 인도는 그보다는 쉽게 정리 될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이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악바르 대제는 어느 왕비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다른 여자일까?

그 사람 사랑이라는 걸 하기는 했을까? 사랑이라는 걸 알기나  했을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