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글 수 1,261
한국에서 우리 부자의 얘기가 화제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재밌다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갈 뿐이다.
젊은 세대,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가 그들과 함께 몸을 섞고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 일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요즘 TV에 나와 정신없이 떠드는 녀석이 하나 있다.
노홍철이라고. 몇 년 전,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 친구가 왔다.
큰딸(하나) 대학 동기의 남자친구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얘기지만, 딸의 대학 동기는 유로 상공회의소를 거쳐 G그룹의 경영전략실에 근무하는 멀쩡한 재원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남자친구를 보자 기가 막혔다.
그런데 아이들은 재미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세대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노홍철이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곤혹스럽고 불편하다.
나는 1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 중 선발로 못 나온 게 딱 두 번 있었고,
중간에 교체돼 나온 게 한 번 있었다.
그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낙담을 했으면 감독이 그 다음 경기 전에 나를 불러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다음부터 너를 빼려면 미리 말해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뛰어라!"
그 당시 나에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두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생활'인 것 같다.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그러니 TV 해설을 하면서 이놈은
"전 그때 후보라서 잘 몰라요"라고 멀쩡하게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내가 진땀이 났다.
내가 두리에게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언젠가 자전적인 글에도 썼던 적이 있지만 '남의 행복이 커진다고 내 행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녀석은 항상 여유가 있다.
늘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여유가 없는 나에 비해 두리는 동료를 인정하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두리의 삶이 나보다 더 즐거운 모양이다.
'행복이'.
두리의 e-메일 닉네임이다.
굳이 그런 이름을 쓰는 걸 보면 천성이라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어 스스로 하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연예인들을 얘기하듯,
외국 축구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줄줄 꿰는 두리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스페인의 황태자비가 화면에 잡히자 '예쁘죠?'하는 말이 하고 싶어서 혼났다며,
중계를 마치자마자 황태자비의 전력에서부터 사생활까지 쫙 얘기해 준다.
두리와 함께 해설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한때 '기자'를 꿈꿀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두리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전처럼 유럽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축구의 흐름을 읽는 거야 자신이 있지만,
선수들의 현재 상황을 팬들에게 현실감 있게 설명해 줄 경험과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리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또 나와 다른 요즘 아이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니 내가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이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는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였어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 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
도대체 뭐가 재밌다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갈 뿐이다.
젊은 세대,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가 그들과 함께 몸을 섞고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 일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요즘 TV에 나와 정신없이 떠드는 녀석이 하나 있다.
노홍철이라고. 몇 년 전,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 친구가 왔다.
큰딸(하나) 대학 동기의 남자친구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얘기지만, 딸의 대학 동기는 유로 상공회의소를 거쳐 G그룹의 경영전략실에 근무하는 멀쩡한 재원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남자친구를 보자 기가 막혔다.
그런데 아이들은 재미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세대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노홍철이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곤혹스럽고 불편하다.
나는 1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 중 선발로 못 나온 게 딱 두 번 있었고,
중간에 교체돼 나온 게 한 번 있었다.
그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낙담을 했으면 감독이 그 다음 경기 전에 나를 불러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다음부터 너를 빼려면 미리 말해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뛰어라!"
그 당시 나에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두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생활'인 것 같다.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그러니 TV 해설을 하면서 이놈은
"전 그때 후보라서 잘 몰라요"라고 멀쩡하게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내가 진땀이 났다.
내가 두리에게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언젠가 자전적인 글에도 썼던 적이 있지만 '남의 행복이 커진다고 내 행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녀석은 항상 여유가 있다.
늘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여유가 없는 나에 비해 두리는 동료를 인정하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두리의 삶이 나보다 더 즐거운 모양이다.
'행복이'.
두리의 e-메일 닉네임이다.
굳이 그런 이름을 쓰는 걸 보면 천성이라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어 스스로 하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연예인들을 얘기하듯,
외국 축구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줄줄 꿰는 두리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스페인의 황태자비가 화면에 잡히자 '예쁘죠?'하는 말이 하고 싶어서 혼났다며,
중계를 마치자마자 황태자비의 전력에서부터 사생활까지 쫙 얘기해 준다.
두리와 함께 해설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한때 '기자'를 꿈꿀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두리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전처럼 유럽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축구의 흐름을 읽는 거야 자신이 있지만,
선수들의 현재 상황을 팬들에게 현실감 있게 설명해 줄 경험과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리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또 나와 다른 요즘 아이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니 내가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이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는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였어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 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
2006.06.21 19:44:15 (*.248.191.25)
강명...녹색의 장원에서 행복한 여름 지내고 있지?
난 노홍철이 너희 딸 친구라는 줄 알고 약간 놀랐지.
EBS에 다니는 딸도 뜻을 이루어서 즐거운 직장생활 하겠구나.
강명은 좋겠다. 한시름 놓아서....
난 노홍철이 너희 딸 친구라는 줄 알고 약간 놀랐지.
EBS에 다니는 딸도 뜻을 이루어서 즐거운 직장생활 하겠구나.
강명은 좋겠다. 한시름 놓아서....
2006.06.21 20:58:15 (*.131.3.106)
차범근 칼럼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인 우리 이야기라
꼭 우리 이야기 같기도 했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우리 시절의 사람들과
먹고 살는 것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목표가 확실히 다르겠지.
역시 달리기를 잘하더니만 축구장 그런데를 다녔구나.
동생이 차붐 부자 때문에 애먹겠네.
월드컵 역시 재미있어.
허지만 모든 관심이 거기에 있어 장사가 영 안된다.
빨리 유월이 가고 칠월이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인 우리 이야기라
꼭 우리 이야기 같기도 했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우리 시절의 사람들과
먹고 살는 것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목표가 확실히 다르겠지.
역시 달리기를 잘하더니만 축구장 그런데를 다녔구나.
동생이 차붐 부자 때문에 애먹겠네.
월드컵 역시 재미있어.
허지만 모든 관심이 거기에 있어 장사가 영 안된다.
빨리 유월이 가고 칠월이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2006.06.24 06:44:37 (*.9.229.37)
강명희 오랫만이야
어쨌거나 오늘 스위스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지니 속은 상하지만
한편으론 이제야 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서울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우리에겐 돌아갈 집이 있다는게
우리 선수들에게는 돌아올 우리나라가 있다는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구나
그동안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던 열정은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을거야
차범근의 잔잔한 글이 무척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우리도 동세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임이 분명한가봐
후끈했던 몰입과 환호를 접어두고
일상으로 걸어가야지
앞으로.....
어쨌거나 오늘 스위스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지니 속은 상하지만
한편으론 이제야 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서울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우리에겐 돌아갈 집이 있다는게
우리 선수들에게는 돌아올 우리나라가 있다는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구나
그동안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던 열정은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을거야
차범근의 잔잔한 글이 무척 마음에 와닿는 걸 보면
우리도 동세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임이 분명한가봐
후끈했던 몰입과 환호를 접어두고
일상으로 걸어가야지
앞으로.....
2006.06.24 15:52:30 (*.145.215.169)
강명, 좋은 글 고마워.
잘 지내지?
월드컵 때문에
세탁소에는 빨간 티만 입느라고 드라이크리닝 손님이 줄고
미장원에 머리하러 오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하고
생맥주집에만 사람이 몰린다며 속상해 하는 소릴
미장원 아줌마에게서 나도 들었어.
책방도 그렇구나.
월드컵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니 우리가 오십대인 거 맞지?ㅋㅋㅋ
아자!아자!!!
세월은 그냥 있으라고 해도 저대로 흘러가기만 할테니
주어진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구요!!!
"........세월은 덧없이 흐르는 것
오늘 우리의 가슴은 튼튼하고 용감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을 향하여
소리 없이 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리....."....
잘 지내지?
월드컵 때문에
세탁소에는 빨간 티만 입느라고 드라이크리닝 손님이 줄고
미장원에 머리하러 오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하고
생맥주집에만 사람이 몰린다며 속상해 하는 소릴
미장원 아줌마에게서 나도 들었어.
책방도 그렇구나.
월드컵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니 우리가 오십대인 거 맞지?ㅋㅋㅋ
아자!아자!!!
세월은 그냥 있으라고 해도 저대로 흘러가기만 할테니
주어진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구요!!!
"........세월은 덧없이 흐르는 것
오늘 우리의 가슴은 튼튼하고 용감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을 향하여
소리 없이 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리....."....
축구광이어서 차범근 국가대표 넘버9 달고 오른쪽 날개 역할 할 때
동대문 운동장에 가곤 했었다.
그때만 해도 축구장에 오는 여자들은 아주 드물었기에
휴식 시간이면 여자화장실에 까지 남자들이 점령(?)했었지.
여자 관람객에게는 입장료를 안 받기도 하고.....
요즘은 거의 축구 해설 전문가 수준인 우리집 세 남자들에 둘러싸여
거의 매일 잠 설치며 지내고 있다.
운동 경기일 뿐인데, 행복하게 같은 마음 되는 과정이 좋은거지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거니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말자면서...
지면 어때? ....져도 좋다.!!!
이기면 더 좋다.!!!! 이러면서 우리 아들들을 약 올리곤 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론
젤 어리고 욕심없어 보이는 박주영선수가
한 골 넣고 운동장에 무릎 꿇은 모습이 보고싶다.
그리고 한편 스위스를 꼭 이겨야 할텐데....이러면서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기면 미친듯이 좋아할테고,
더 욕심 안 부릴 것 같은데, 아니겠지? 그 다음엔 또...이렇게 계속되겠지?
아...그러나 저러나 이 차범근 감독은 왜 이렇게 글도 잘 쓰는거야?
KBS에 있는 내 동생은 경기가 밤에만 있으니까, 낮밤을 거꾸로 사느라 힘든데
차범근, 두리 부자 덕을 톡톡히 보고있는 MBC에 뒤지는시청률 때문에 신경 쓰이는 모양이던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반대항 월드컵 리그전 중이라 진지한 분위기는 한 달 내 물 건너 갔고,
갑자기 토고란 나라를 지도에서 찾아보고, 프랑스를 상대로 분발하길 기대하고...
잠 못 자 그런지 이것 저것 두족박죽 생각이 많은 요즈음인데...
아무튼
이 글을 보니 남다른 격세지감을 나도 느낀다.(x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