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겁게 등산하고 오세요.”  
“ 두분이 함께 등산 가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해맑게 웃으시는 홍목사님과 화해사역 공부반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문을 나섰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받은 상처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를 구원이 필요한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가해자를 축복하여, 치유받고 용서하여 인간관계를 회복해야한다는 홍목사님의 말씀이 머리를 맴돕니다.  

동정과 사랑으로 바라보고 축복하라는 말씀이 가슴속 깊이 와 닿습니다.  
갈등해결을 위해, 중보자의 역할에 대해 서로서로 자기 생각을  진실한 마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공부반원들을 바라보며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앞으로도 이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피나클 산으로 향합니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잠시 그치고 맑은 하늘에 조각구름이 마치 풀밭에 양들이 한가히 노닐듯 둥실둥실 떠있습니다. 먼산 밑 푸르른 들판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줄지어 씨를 뿌린 밭이랑에 하얀 물줄기가  수많은 반원을 그리며 뿜어져 아름답게 수를 놓습니다.  

싱그런 빛으로 변한 산과 들에 노란 들꽃이 길가에 피어 우리를 반깁니다.  
제임스딘이 어머니를 찾아 기차지붕 위에 쭈그리고 앉아 몬트레이로 달려가던 그 철로와 나란히 달려가는 길에 흰색 보라색이 섞인 꽃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살리나스의 넓은 들판 한가운데를 101번을 타고 달려가다 Soledad에서 꺾어져 산쪽으로 향하니 끝없이 넓은 포도밭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밴은 보라빛 루핀이 피어있는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올라갑니다.  
권선생님과 장선생님의 주고 받는 말씀이 어찌나 재미있고 우습던지 운전하는 박기사가 안경속 눈물을 닦으며 그만 웃기라고 해도 웃음보따리는 계속됩니다.  
“ 앗, 멧돼지다.”  새끼딸린 멧돼지가족 때문에 웃음은 계속됩니다.  

이제 앞에 우뚝 서있는 정상을 바라보며 산을 오릅니다.
맑고 상쾌한 좋은 날씨입니다. 찬 비가 많이 내려서인가 아직 꽃들이 많지 않고 막 봉우리지기 시작합니다. 15년을 함께 해온 친구 부부들이 작은 배낭을 메고 좁은 산길을 줄지어 올라갑니다.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울러져 화음을 잘 이룹니다.

모두들 아름다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검은 바위틈에 붉게 피어 있는 조그만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답습니다. 누가 일부러 찾아와 보아주지 않아도 혼자 외롭게 피어 더욱 아름답습니다.  

벌써 다리가 뻣뻣해지고 숨이 가빠집니다.  앞서가던  강박사님이 손을 잡아줍니다.  강박사님은 몬트레이 국방대학원의 학장님이십니다.
“ 예쁜 색시 놔두고 미스터 박은 혼자 앞서 가신거야 ? ”  
“ 이렇게 힘들어 오지 않겠다 하면서도 왜 또 오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강박사님의 잡은 손이 따뜻하게 전해져 옵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웃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믿는 마음으로 마주보고 웃고 있습니다.  
박선생님은 오늘 산행이 너무 좋아 신났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연신 싱글벙글 웃고 계십니다.

둘씩 셋씩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소리가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골짜기에 서있는 큰바위들이,  다른 세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줍니다.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그 바위도 따라 옵니다. 올려다보던 바위는 눈앞에 와있고 이제는 저 아래 눈밑에 있습니다.  
그 큰 바위가 힘들게 쩔쩔매고 올라가는 나를 처음부터 주욱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은 매 두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빙빙돌고 있습니다.

그래, 포기할 수 없지. 모두들 저렇게 잘 올라 가고 있잖아.  
힘든 여기, 힘든 이시간, 이고통은 금방 지나갈거야.  힘들면 쉬면서 천천히 올라가면 나도 정상에 올라갈 수 있어.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눈아래 첩첩이 서있는 아름다운 산을 내려다 보며 노래도 하고  미세스 권이 맛있게 준비한 샌드위치도 편하게 앉아서 먹어야지.  조금만 참고 힘들게 올라가면 정말 멋있을거야.  주님, 저에게 끝까지 올라갈 수 있게 힘을 주세요.

바로 머리 위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야 ~호 ~”   “ 아바바바바 ~”  소리가 메아리쳐 울립니다.  
오랜 세월 비비람에 깎여 길게 서있는 바위를 내려다보며, 이리저리 돌고 돌면서 산을 오릅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칩니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바람을 주셔서 땀을 식혀 주시니 이제 살것 같습니다.  
먼저 올라와 있던 정선생님, 장선생님, 모두들 손뼉을 치며 맞아줍니다. 정선생님과 장선생님은 계룡산 밑 공주출신이십니다.
“ 정말 끝까지 잘 올라오시네요.”  
“ 지구력이 대단하세요.”

산아래 저 멀리 서있는 차들이 점점이 보이고 작은 산들 위로 구름의 그림자가 지나 갑니다.  
골짜기에는 아까 저 아래서 올려다보던 그 우람한 바위들이 조그맣게  내려다 보입니다.  
샌드위치와 과일맛이 정말 달디답니다. “ 맛있네.  정말, 산 위에서 먹는 맛이 꿀맛이네.”  
모두들 나란히 서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 자, 웃으세요. 김치이 ~.”  “와이키키 ~ ”  
“ 그렇게 말고 서로 마주보고 웃으세요. 더 바짝 ! 예, 좋습니다. ”    
좋으신 분들입니다.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우리 모두 믿음의 여정을 함께하며, 함께 걸으며 손도 잡아주고, 함께 웃으며 살아갈 좋으신 분들입니다.  
나의 인생의 여정을 함께 동행할 좋은 벗들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5월 12일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