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토요일입니다.
LA 동창모임에 다녀온 후 몸살감기로 몸도 마음도 찌뿌둥했는데,  바람불고 비오던 날씨도
개이고 푸른 하늘이 살짝 열려 있어, 드라이브하자 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미시간 대학의 핸섬한 박동진 교수의 말씀을 들으며 웃기도하고 뒤돌아보며
생각도 많이하는 시간을 가졌고 무엇보다 부담없이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산타크루즈로 가는 17번 Freeway로 들어서니 푸른 나무들 사이로 연분홍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살짝 부끄러운듯 피어 가지에 달려있는 꽃이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멀리 산 위에는 하얀 산안개가 흘러 내려와  신비한 감마져 줍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는데 경찰차 세대가 불을 번쩍이며 서 있습니다.  
무슨 사고가 있었나 ?.  오르막 길에, 경치에 취해 사고 났나?  
산언덕에 오르니 안개비가 유리창을 적십니다.
부드러운 안개비를 맞으며 이제 꼬불꼬불한 산길을 내려 갑니다.
뒤에서 불자동차가 번쩍 번쩍하며 달려오고 있습니다.
반대편  차선에 경찰차가 보이고 옆으로 뒤집혀 누운 차가 보입니다.  

“ 사람이 다쳤겠네요. 어쩌나!”  
“ 한낮에 오르막 길에서는 사고가 잘 안나지. 아마 마음이 괴로워 딴생각을 했겠지.  
부부 싸움을 했나?  그 사람 얼굴 봤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마음을 아프게하지.”  
“ 불자동차가 길이 막혀 못 가고 있어요. 빨리 가야 할텐데…”  
“ 오늘 드라이브 나온것도 당신이 답답해 하는것 같아 나온거야. 날씨도 그렇고.
몸살도 그렇고, 인터넷 친구들도 그렇고..”  

산타크루즈에서 17번 Freeway를 지나 1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길게 해안을 따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멀리 보입니다.  
마음이 활짝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가슴 속 깊이 들어옵니다.  
간간이 길가에 노란꽃들이 피어 있고 버들가지에 파릇파릇 싹이 돋고 있습니다.  
봄이오는 소리, 봄을 느낄수 있습니다.  

서핑하기 위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옷을 갈아 입는 젊은 남녀들이 멋져 보입니다.  
Big Basin Redwoods에서 흘러 내리는 냇물이 넓은 Beach를 지나 태평양 바다로 합쳐 들어 갑니다.
냇물과 바닷물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물가에 수백의 갈매기 떼들이  모여 있습니다.  
딸과 아빠인듯한 남녀와 또 다른 한쌍이 백사장을 걷고  있습니다.    
갑자기 어린 소녀가 뛰어 갑니다.  수백의 갈매기가 하늘 높이 날아 올라 장관을 이룹니다.  
물새들은 별것 아닌듯 냇물 건너편 백사장에 내려 떼로 앉아, 하던 자기들의 이야기를 계속하는듯 합니다.  

Elephant Seal 로 유명한 아노누에보 Beach를 지나 Pigeon Point 등대가 보이는 들판에 섰습니다.  
노란 야생화가 활짝 피어 세상이 모두 노랗습니다.  
아, 봄의 생기가 느껴집니다.  
기쁜 마음이 온 몸에 가득합니다. 봄의 기운이 가슴속으로 들어 옵니다.  

“ 사진 좀 찍어줘요. 언제까지나 이 감동을 잊지 않게…”  
“ 모델이 예쁜데…  눈좀 감지말구.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좀 더 길었으면…”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조그마한 Bean Hollow Beach가  있습니다.  
큰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밀려와 바위에 부딪히며 하늘 높이 솟아 오릅니다.  
바위 위에는 두쌍의 남녀가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하얗게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얼굴 가득 웃고 있습니다.  
따가운 햇빛과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래도록 마냥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 여보, 저 사람들 저렇게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요?”  
“ 음, 우리도 앉아서 한번 이야기 해 볼까?”  
큰 파도가 밀려와 바로 앞 바위에 부딪혀 부서집니다.  한떼의 갈매기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 지난번 LA 에서 친구들 만나보고, 당신도 다이어트 좀 하라고 한 것 미안해.
그동안 포근하다고, 마냥 좋다고 한게 누군데…너무 스트레스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남들처럼 좋은 옷에 좋은 차 없어도 불평한마디 없이 즐거워한 것 정말 고마워.  
우리 애들이 그랬잖아.   잘 사는 다른 집 많이 가 보았어도, 모두 속으로 걱정근심 많고 불행하더라구…  
우리집 만큼 행복한 집 없더라구…  
그게 다 당신이 잘 참구 잘해서 그런거야. 정말 고마워.
그리구, 그리구말야. 당신 친구들 참 예뻐.  
그렇지만 당신 쫒아 올려면 어림없어. 당신이 좋아. 정말 제일 착하구 예뻐, 좋다구.
당신 사랑해. 웃지마. 정말이라구. 정말 사랑해.”  

철썩 처얼썩 쏴아….
하얀 파도가 밀려와 바위에 부딪혀 시원하게 부서집니다.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발그스름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 지금쯤 해프문 베이에는 고깃배가 들어 오고 있겠지.
팔팔한 놈으로  횟감도 사고 찌게도 맛있게 끓여 먹어야겠다.’  




                          
                                                                               2월 7일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