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나는 두 딸과 늙은 재롱이까지  다 떠나 보내고 
우리 부부만 남는 그런 날들을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다.
요즘 작은 아이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니 조금은 즐겁고 조금은 아쉽다.
취직하여 독립할 여건이 되면 떠날 것이라고 한다.
큰 아이는 솔로로서 더 많은 시간을 향유하고 나서 서른 쯤 갈 것이라고 한다. 

오늘 그 중 하나인 재롱이가 내 곁을 떠났다.

재롱이는 남편 회사 상무님에게 분양받은 퍼그다.
그리고 몇 달 후  바로 그 상무님과의 불화로 남편은 회사에 사표를 냈다.
남편의 직장 생활의 징표처럼 재롱이는 우리 곁에 남았다.
우리가 서점을 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을 때 재롱이가 새끼를 낳았다.
암놈 여섯 마리와 숫놈 한마리.
'서점이 아주 잘 될 것입니다.  짐승은 어떤 징조를 미리 알아채리는 능력이 있어요.'
아는 이가 그렇게 덕담을 해 주었다.
오픈 한 서점은 놀라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서점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라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부터 바쁘다.
우리 애들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 12시, 애들 얼굴 보기도 힘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부재중일 때 집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 준 것은 재롱이었다.
첫 배에 일곱마리 두 째 배에 여섯 마리를 낳아 
한 놈도 실패하지 않고 열심히 새끼를 돌보는 재롱이의 모습은 우리를 감동 시켰다. 
우리 부부는 그런 재롱이를 보며 열심히 장사를 했다.
우리 애들은 그런 재롱이를 보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재롱이가 우리 곁에 온 지 12년이 지났다.
얼마 전부터 배에 복수가 차 땡땡해졌다.
"노화로 신장 기능이 약해져 평생 신장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니 장에 이상이 생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 주 부터 병원을 들락거려도 낫지 않고 더욱 악화만 되어 갔다.
나흘 째 음식에 입을 대지 않았다. 
어제 밤에는 한잠도 자지 않고 아파서 부들부들 떨었다.
오늘 아침 우리는 재롱이를 안락사 시키기로 의논을 했다.
안락사 시키는데 20분이면 족했다.
강화 선산 귀퉁이에 재롱이를 묻었다.
"개는 나쁜 일을 미리 알아채리는 능력이 있대.
그러면 그 나쁜 것을 가지고 어디론가 간대. 
재롱이가 우리 집 안 좋은 일 다 가지고 떠난 거야. 
두고 봐. 나쁜 일은 없을 테니"
큰 아이가 어디선가 주워 들을 말을 전한다. 
우리는 재롱이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 사과 한 개를 함께 묻어 주었다.

재롱아 너도 행복했지? 
우리도 너로 인해 많이 행복했단다. 
내생에 넌 내 엄마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나는 너처럼 현명하고 너그럽고 열심이고 건강한 그런 엄마의 자식이 되고 싶어. 
편히 쉬거라.재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