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이 하루는 가고
하루는 오는,
휴가 피크철의 교통량을 실감했다.
너무 오랫만의 휴가(10년만)라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루는 바다 낚시와 주책스럽게 해수욕을 하고
하루는 설악산 등산을 했다.
등산은 백담사 계곡으로 해서 오세암까지 5~6시간 코스를 했다.
이번 휴가는 둘째날 바다낚시가 최상의 목표였다.

아침에 비가 왔다.
비가 와도 낚시하는데는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고 물치항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비는 그쳤다.
바다낚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뱃사람이 위 아래로 보며 물었다.

"바다 낚시 해 보셨습니까?"
"아뇨, 하지만 수영은 잘 해요."
"그것하고 이건 다르지요.
왜냐하면 오늘은 너울이 심해서 이런 날은 대부분 낚시 안해요.
멀미를 많이 하거든요."
"우린 멀미 절대 안해요."
"안 해도 너울이 심하면 해요."
"그런 건 상관 안하셔두 돼요.우린 절대 안해요."
"기상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도 꼭 가시겠습니까?"

뱃사람은 협박 비스끄리 하게 말했다.
우린 꼭 간다고 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데
너울이 심해 배가 마치 나비처럼 너울너울 춤추며 나르는 것 같았다.
이크 생각하고 다르구나.겁이 났지만
최악에 경우 배가 뒤집히기 밖에 더하겠느냐.
그럼 육지까지 헤염쳐서 가면 되지 뭐.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배를 정착시키고 뱃사람이 미끼를 껴준 낙시줄을 바다에 드리웠다.
가재미와 광어 새끼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남편은 원풀이 한다며 너무너무 좋아했다.
광어들이 모두 암컷인지
내 찌에는 걸리지 않아 나는 한마리 밖에 못 잡았다.
남편은 열 댓마리 잡았다.

두 시간 예약을 했는데 한 시간이 넘으니 뱃사람이 자꾸 그만 들어가자고 한다.
고기들이 밖에 나오면 살이 무른다는 것이다.
말이 되지 않지만 그때부터 내 속이 조금 메식거려오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그렇게 재미있게 고기를 잡던 남편이 잽싸게 낚시 줄을 걷었다.
우린 한 시간 반 만에 육지로 돌아왔다.

잡은 고기로 뱃사람 횟집에서 회를 쳐서 야채 곁들여 풍성히 내왔다.
잘 먹고 돈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조금 요구했다.
그리고는 뱃사람이 솔직히 말했다.
"너무 멀미가 나서 도중에 가자고 한 거예요. 미안합니다.
그래서 조금 덜 받는 거예요"

돌아오면서 남편이 말했다.

"난 생전 멀미 안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
근데 속이 메식거리기 시작하더라구. 그렇지만 표는 안 냈어.
마침 뱃사람이 가자고 해서 얼른 줄을 감았지."

나 역시 멀미가 어떤 것인지 정말 몰랐다.
속이 미식거리는 것은 애 설 때도 없던 현상이다.
근데 조금 미식거리면서 아하 멀미란 이런 것이구나를 알았다.
남편이 말했다.

"이거 우리의 뱃심이 바다가에 사는 뱃사람을 능가하네.
이건 굉장히 놀라운 발견이네."

나도 내 속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이번 휴가 때 놀라운 발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