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차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려갑니다.  
새집을 짓고 이사가는 우리 한인들이 점점 많아지며  마늘축제가  열리고 있는 길로이를 지나  역사깊은 샌후안 바우스타 미션을 지나고,  해안가 1번도로를 따라  우리 교회에서 후원하고 여러번 찬양하러 갔었던 마리나를 지납니다.  

오른쪽 하얀 모래 언덕 너머로 흰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가  시원한 태평양이  펼쳐져 보입니다.  해군기지가 있어 우리교포들이 많이 살던 아름다운 몬트레이를 지나  곱고 하얀 모래백사장이 눈부시고, 페블비치 골프장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냈던 카멜시티를 지납니다.  

우리들은 달리는 차안에서  밖을보며, 아름다운 페블비치 골프장을 돌며  우리의 최경주 선수를 열심히 응원하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포인트 로보스 리저브 해안에 오니 잠수를 즐기는 이들이 차를 세우고 옷을 갈아 입습니다.  이 곳은 죤 스타인벡이 ‘하늘과  땅과  바다가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이라 말하며 즐겨 찾았던 곳 입니다.
바다에 깎아지른듯 솟아 오른 절벽위에 아름다운 조그만 집들이 서있는 길을 따라 내려 갑니다.  

뒤에 앉은 여자들끼리,  이제는 모두 일찍 집을 떠난 자녀들 이야기를 하며  “ 있을 때 좀 더 잘 해줄걸…” 하고 아쉬워 합니다.    
남자들은 건강하게 사는 일에 대하여, 골프에 대하여, 골프치기 좋은 동네 로 이사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길가 우거진 나무숲사이로 조그만 까페가 보입니다.  
문득 처음 미국와서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한마디씩 합니다.  

이민오는 비행기에서 “코카콜라” 해도, “콜라”해도 못알아 들어 남편이 “콕” 하던 이야기,    조그만 부둣가 까페에 들어가 칠판에 쓴대로 주문한다고  “Breakfast” 하고 큰소리로 order하니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들 우리들을 쳐다봐 황당했던  이야기,   치킨 세(three)쪽을 시켰는데  삼십(thirty)쪽이 나온 이야기.

이민올 때 비행기에서 coffee를 시키는데 “커피”  “코피”  “카피” 아무리해도 못알아 듣던 이야기,
어린 세아들 데리고 맥도날드에 들어가  “coke”을 시켰는데  “coffee”가 나와, 그래도 아뭇소리 못하고 마신 이야기등을 하며 한바탕씩 웃습니다.  

해안을 따라 솟아있는 크고 작은 바위섬들에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절경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웁니다.  
앞에는 깊은 골짜기에 높게 콘크리트로 다리를 세워 만들어,  영화에도 자주 나왔던,  보기만해도 아찔한 Bixy Bridge가 아름답게 서서, 오고 가는 차들을 편하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모두들  스며오는 바다 갯내음에 가슴을 펴고,  상큼한 공기를 들이 마십니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위에 서있는 집이, 높은 나뭇가지에 지은  새집모양 같아  그 안에 사는 사람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멀리 해안가 우뚝 솟은 등대가 저 혼자 가끔 불을 번쩍 번쩍 비추고 있습니다.  
산언덕에는 누런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Big Sur Park에 들어서니 잘 생긴 젊은 청년이 웃으며 반깁니다. 큰 아름드리 레드우드가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며 늘어서 있습니다.  맑은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에 차를 세우고 Trail 을 따라  하이킹을 시작합니다.  개울물 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젊은 한쌍이 우리 앞서서 올라가다가  나무숲이 우거져  터널을 이룬 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나무그늘 속이 서늘합니다.  오래 묵은 Oak Tree 들이 늘어지고 벌어진 꾸불꾸불한 가지를 시위하듯 펼치고 살아온 역사를 자랑하며 서있습니다.  

몇살이나 되었을까?  6,  7살 쯤되는 깜찍한 계집애와 부모, 친구들이 지나갑니다.  
아빠 등에 업혀 잠을 자는 아기도 있습니다.
백인들도, 베트남에서 온듯한 사람들도, 인도에서 온듯한 사람들도 모두들 어른,아이 함께  어울려 한가족씩 지나갑니다.  

산을 오르느라 흘렸던 땀이, 그늘에 잠깐 쉬노라면 불어오는 바람에 금방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Valley View에 오르니 우리가 차를 타고  지나왔던 1번도로가 남북으로  길게 한 눈에 보입니다.
건너다 보이는 앞산 위에는 안개가 끼었고,  울창한 푸른 레드우드 숲은 보기만해도 우리의 가슴에 싱싱한 공기를 불어 넣어 줍니다.  

폭포로 가는 길엔 가족들끼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시원하게 두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며 땀도 식히고 마음도 식힙니다.  

“사진 한장만 찍어 달라고 부탁해 봐요.”  
앞에 카메라 든  아저씨를 보며 남편에게 말합니다.  그 아저씨가 싱긋 웃으며 “사진 찍어 드릴까요?” 먼저 묻습니다.  
내 한국말을 알아 들은것 처럼…   “ 땡큐!”  참 재치있는 분이십니다.
“더 바짝 붙으세요. 행복한  Family 이네요.”   “네,네”   “땡큐!”  
“ 우리 모두가 한 Family 인줄 아나봐요.”    우리모두 즐겁게 웃습니다.
우리는 한 가족,  형제요 자매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말씀 안에서 살며,  함께 먹고 마시며 일하는  한 Family 입니다.  

다시  우거진 숲 사이로 맑은물이 졸졸 흐르는 시원한 개울가로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깨끗한 개울물은 조약돌 위로 흘러 흘러 내려 갑니다.  
얇은 날개에 가는 꼬리를 가진 하늘빛 기생잠자리가 잠깐 앉았다가  날아갑니다.  
수영복을 입고 흐르는 물에  튜브를 타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너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보라 일으키는 개울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노부부도 있습니다.  

우리는 생고기와 삼겹살을 굽고,  가져온 야채에 사과랑 수박을 곁들여 푸짐하게 상을 차려놓고  맛있게 먹습니다.  권선생님 내외는 고기를 정말 잘 굽습니다.  몇번씩 전화걸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세스 안의 남편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울까?  
고기를 썰어서 상추에, 쌈장을 곁들여 싸서  입에 넣어 줍니다. 옛날 연애할 때의  초심처럼 살아가는 부부입니다.  

미세스 권은 개울가에 가서 얌전하게 앉아 시원한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함선생님도 흐르는 개울물에  흙묻은 등산화를 깨끗하게  닦으십니다.  한국에서 개울가에 여인들이 모여 빨래하고 머리감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바지를 걷고 흐르는 냇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조약돌을 밟고  물속에서 걷기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얼음처럼 찬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다 시원합니다.  
옛날  덕유산에 오를 때  무주구천동에 발을 담갔던 기억이 납니다.  바위사이로 흐르는 찬 시냇물에 발을 담갔다가 미끄러져 깊은 웅덩이 물속으로 들어가  흠뻑 적셨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무척 놀라 당황해 하던 모습을 떠 올리며, 빙그레 혼자 웃습니다.

급한 물살에  가슴까지 빠진 나를 보고 오빠는 깜짝놀라  함께 물속으로 텀벙 들어와 두손으로 번쩍  나를 안더니 냇물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젖은 몸으로 조그만 만물상가게에  들어가니 맘씨좋게 생긴 주인 아줌마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인 우리를 보고, 그래도 여유있게 한마디 덕담을 하셨습니다.  

“ 색시…,   참 복스럽게도 생겼네.   총각, 색시 정말 잘 얻었어요!  잘 살거야. ”  



                                                                                       8월 2일 2005년   
                                                                                             San Francisco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