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시원한 바닷가에 갈까?”  
일과를 일찍 끝내고 아직 햇빛이 따가운 시간에 차를 Pacifica 로 몰았습니다.
280번 Freeway는 언제 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  Halfmoon Bay 로 넘어가는 92번 도로 인근의 산에는 정상에서 부터 계곡을 따라 아래 호수쪽으로  자욱한  안개가  나이애가라 폭포수 떨어지듯, 계속 밀려 내려오고 있습니다.  

밀브레가 나오고 35번 도로를 따라 산을 내려 갑니다.  
밀브레,  작년에 반갑게 만나 짧은 시간을 함께 가졌던  신애가 머물렀던 곳입니다.  
신애, 혜경이가 함께 했던 길을 지금 가고 있습니다.  신애가 앉았던 자리에 가만히 손을 대 봅니다. 따뜻함이 전해옵니다.

Pacifica 바닷가로 내려가는 이 길은 항상 안개에 젖어 있습니다 .  
이 길을 올 때면 내 마음도 항상 안개에 촉촉히 젖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에 젖고, 그리움에 젖고, 사랑에 젖고,  행복에 젖고…  

멀리 산 아래에 바다가 보입니다.  긴 파도가  백사장을 따라 하얗게 부서져 갑니다.  
언덕을 사이로 작은 Beach와 큰 Beach 가 나란히 있고 숲속에 마을이 아름답게 숨어 있습니다.    
고운 모래 백사장을 걸어 갑니다.  갈매기와 함께 걸어 갑니다.  
까만 옷을 입은 서핑하는 많은 이들이 물새처럼 물위에 떠서 큰파도가 오기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른쪽 Beach 끝에도 많은이들이 까맣게 물위에 떠 있습니다.  
배 한척이 갯바위 끝을 돌아가고 있습니다.  뒷편 마을 뒷산에는 안개가 하얗게 덮혀 있고, 한 산봉우리는 되비친 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저 산뒤에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이 환상적 이었는데…”  

타코벨에서 커피를 마시며 개와 뛰노는 아이,  서핑하는 이들을 보며 유난히 추워하던  신애를 생각합니다.  
" 세상에, 한 여름에 뼈속까지  스미는 추위를 타 보기는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생전 처음이야." 하던 친구 신애.  
한국가서 찜질방 부터 가야 한다고 했었지.   요즘, 삼복더위에  새삼 이 곳이 생각나겠지…  
즐겁게 주절주절 쉴새없이 쏟아내더니, 고추가루와  고추장, 짜파게티도 보내주고 reunion 30주년 행사때는 내 글도 울먹이며  읽어주던 신애를 떠 올리며 벌써,  아름다운 추억이었구나 생각합니다.  

아직 해는 남아 노을은 지지않고 있습니다.  지난번 때 처럼 바닷속으로 크고 붉은 해가 빠져 들어가고 하늘이 온통 빨갛게 불타오를 때  뒤편 산위로 큰 보름달이 쟁반처럼  둥실 떠 오를 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구름낀 하늘에 붉은 저녁 노을이  마음 아쉬워, 안타까워하며  차를 남쪽  Halfmoon Bay 로 서서히 돌렸습니다.  뚝 떨어진 절벽 밑 바위에 하얀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유명한 Devils Slide를 지나며,  바닷가 바위 절벽 위에 서있는 아름다운 집들과  Inn, 식당들을 봅니다.  

“ 선배님들이 무의도에 사진 촬영 차 간대요. 옛날 기억 나세요?”  

인일 여고 졸업하던 해 여름, 그 이는 학생 수양회 답사 차 대무의도와 용유도에 함께  갔다 오자고 했습니다.  대무의도 선창에서 내려 언덕을 넘어 내려가니  바닷가 백사장이 나오고 물은 빠져 갯벌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백사장엔 텐트가 여기저기  몇개 보이고, 남녀들이 갯벌에서 무언가 잡고 있었습니다.  

멀리, 물 빠져 섬이 아닌 실미도가 보이고 있었습니다.  
뱃시간에 맞춰 발길을 돌려 선창을 향했습니다.  
올 때는 몰랐는데  모래 백사장엔 큰 시냇물이  산위에서 부터  바다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구두를 신고 있던 나는 넓은 시냇물을 보고 주춤, 망설였습니다.  
그 이는 구두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더니 내게 등을 내밀었습니다.  

“ 내 등에 업혀. 내가 건너 줄께. 시간 없어. 빨리!”  
망설임도 잠깐, 나는 오빠등에 업혀 시냇물을 건넜습니다.  오빠의 손이 내 히프를 꼭 받쳐주었습니다.  
미끄러운 원피스 때문인지 출석 출석일  때마다  나는 오빠의 목을 꼭 껴안았습니다.  
오빠도, 나도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시냇물을 건너 모래밭 길을 한동안  걸어갔습니다.  

멀리 산너머의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등에 업힌 채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7월 20일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