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를 맞으며 제퍼슨기념관을 배경으로)
여행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이고 즐겁다.
이번 워싱턴DC로의  첫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섬기며 함께 나눔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김 인숙과 유 명애를 떠 올리며  마음 들뜬 시간들을 보냈다.   금요일 하루를 쉬자니 거래처에 불편을 줄 수 없어 밤늦게 까지 일을 했다.  
몸은 피곤해도 여행에서 만날 친구들과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에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살겠다고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뜻대로 될까.  
큰아들 여자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Oakland 공항을 향해  Bay Bridge를 건너며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다리 아래로 한가로이 지나가는 요트에는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승무원이 가져다주는 스낵과 음료를 마시며 둥둥 떠 다니는 구름 사이로 광활한 벌판을 내려다본다. 웃으며 덮어주는 담요가 따뜻하다.  

이곳 DC  근교에는 푸른나무 숲이 울창하다.  주택들이 숲속에 숨어 있다.  
드디어  명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밤이 어두워 찾기 힘든가 보다.  젊은부부에게 direction을 물어본다.  다시 나이드신 분에게 전화를 건넨다.  이번 대회에 ride를 맡으신 분에게 전화는 다시 넘어가고 ,  지나가시던 워싱턴교회 목사님 내외분께서  “거기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물으며 걱정하신다.  만약을 위해 cell phone 번호를 주시는 아저씨의 얼굴에 정감이 간다.  

“ 인숙이구나.”  차에서 내리며 부둥켜 안는 인숙이의 웃는 얼굴이 밝다.   “ 명애야”  정말 반갑다. 환한 얼굴로 다가오는 인숙이와 명애를 보며 세월을 거슬러 옛날로 돌아간다.  “ 어쩜, 옛날 그대로다.”  “ 그래, 하나도 안 변했네.”  “ 명애는 더 예뻐졌구나.”  수수하게 차려 입은 화장기 없는 인숙이의 얼굴엔 착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웃는 얼굴엔 옛날  꿈 많던 여고시절의 모습이 살아있다.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는 명애는 깔끔한 얼굴 그대로 옷차림도 깔끔하다.  

“아저씨, 저희 밤이 늦어 갈데  없어왔어요.  조금만 시켜 먹을께요.”
하고 종업원에게  명애가 똑부러지게  양해를 구한다.  
따뜻한 파전과 군만두,  뜨끈한 국물이 있는 우동이 먹고싶다.  
옆에서는 스시맨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명애는 인일여고 졸업 후에 곧장 미국와서 공부하고  약사가 되었다.  
일이 많을땐 피곤하고 짜증도 나지만, 앞으로 취미생활도 하고 선교에도 돕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하고 있단다.  항상 웃으며 친절하게  일하려고 애쓴단다.  
신경 쓰이게 하는 백인 조수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약사인데 인상쓸 수 있나,    웃으며 말해야지.”  

내 주위엔  의사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것도 service가 좋아야 한단다 .
웃으며 부드럽게, 마음 편안하게 해 주어야 손님인 환자도 좋아하고  간호사도 좋아하고  동료의사들도 좋아한단다.  그래야 돈도 벌 수 있고…
요새는 목사님도 잘 웃겨야 되고,  대통령도 잘 웃겨야 된단다.  
그래,  웃는게 좋은거지.  나의 웃음이 다른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또한 행복인가.  

인숙이는 결혼하여 알라스카를 거쳐 이 곳에 왔단다. 우체국에서 일한지 18년.  우체국도 service가 좋아야한다고 한다.  
ups, fedex 등의 사설 경쟁업체가 있어 싸워야 하니까.  앞으로 은퇴할 때 까지 열심히 일하고,  여행도 마음껏 하며 즐겁게 살겠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하는 교회의 봉사가 무척 즐거운가 보다.   처음엔 영어도 잘 못하고 , 힘들었겠지.  그래도 연방정부 공무원인데, 베네핏 좋고 죽는 날까지 걱정할 것 없겠다. 손주나 살살 보면서 재미있게 살겠단다.  인숙이 웃는 얼굴엔 정말 걱정근심이 없다.  이번에 제주도에  다녀왔다며 돌하루방을 선물로 내 놓는다.   이렇게 까지…  
큰 욕심없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꿈들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식사를 마치고 지나가던 우리 목사님께 남편이 한마디한다.  
“꽃속에 파묻혔습니다.”  “예, 행복해 보이십니다.”  
정말 우리 친구들, 우리 인일의 딸들은 어디 있든지 곱게 피어 향기를 뿜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멀리 이 곳까지 오며 피곤했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밤 늦어 내 걱정하는 명애와 인숙이를 보내며 섭섭함이 앞선다.    
잠깐이었지만 즐거웠어. 정말 기뻤어. 고맙다 친구들아.  
고마워 명애야,   또 보자 인숙아.  안녕.  


                                                                                          6월 6일 2005년  
                                                                                           San Francisco에서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