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개월이 되었네
주로 의자에 앉아서 일을 많이 하니까 하체가 부실해짐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운동을 해야지 마음만 먹었지 작심3일로 끝나기가 부지기수였고 말이다.
등산이 좋다고는 하나 따로 시간을 낼 수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댄스강좌에 등록을 한 것이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한달도 못채우고 탈락할 줄알았는데 그럭저럭 6개월이 된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격일로 다닌 결과,
처음에 팔다리 사지가 각각 따로 놀던 것이 이제는 따로 노는 상황은 아니나
각각의 동작에 대한 이름과 순서를 암기하지 못해서
내멋대로 춤을 추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 문제이겠다.

강사가 "** 동작!"하고 명령하는데 그 동작을 몰라서 어리벙벙벙, 쭈삣쭈빗..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아항~ 그거 .......하면서 뒤늦게 따라한다.

일반적인 사교춤은 몸의 동작을 최소로 줄여서 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스포츠 댄스는 동작을 되도록 크게 하여 스포츠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강사의 말은 열심히 외었으나
아직도 왼쪽으로 돌라고 하는데 오른쪽 몸이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허리를 틀으라는 지시에 분명히 나는 허리를 틀었는데 고개만 홰액 틀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사교춤에 도사같은 아줌마 두명은 강사에게 계속 쫑크먹다가 결국 도태되었다.
사뿐사뿐하면서 추어대는 캬바레스타일의 그 아줌마들은 강사 눈에 밉게 보였었나 보다.

30대 주부들이 예쁜 복장으로 수업을 받으면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훔쳐보다가
순서를 까먹기 부지기수고
예쁜 아줌마들 훔쳐보다가 옆사람의 뾰족구두 뒷축에 나의 복숭아뼈가 걷어차여 아직도 딱지가 안 떨어져있다.

짝을 지어 하는 스포츠라 내가 빠지면 내 짝이 혼자해야 하므로 거의 빠지지 않고 수업에 임하였다.
조금 친해진 후,차차차 곡을 CD로 구워서 아줌마들에게 나누어주었더니 너무 좋아하였다.
새롭게 사귄 동네아줌마들과 또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나쁘진않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 아니고
발표를 위해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끼리, 또 개개인이 즐기기 위한 운동이므로
모두가 열심히 자기 자신을 위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하는 것같다.

며느리뻘 되는 젊은 애기엄마는 어찌나 몸매도 춤도 예쁜지 매번 그녀를 훔쳐보는 즐거움은 뽀나스라고하겠다.
1년이상 운동한 엄마들도 포즈들이 아주 예뻐서 그녀들을 쳐다보는 즐거움도 따블보나스라고 하겠다.
나이를 잊고 열심히 하는 나를 그녀들도 수업이 끝난후 잘 안되는 부분을 열심히 고쳐서주었다.

하루는 왠 60이상이 된 할아버지가 맨 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들은 동사무소동장이 아마도 문화강습시간이 제대로 운영이 되고있나 감사를 나온 줄 알았다.
한참동안 가지도 앉고 앉아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견학생이란다 ^^
여자들끼리  운동하다가 할아버지 한분이 등장하니 영~ 모두들 불편해 하였다.

사실 댄스란 남녀가 어우러져서 추는 것이나
우리나라 풍습상 아직도 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관습 때문에
할아버지 한분의 출현에 대해 너무나들 신경이 쓰여 수업을 못하겠다고 박장대소하였던 적도 있다.

겨우내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수업시간에 복장을 제대로 해달라는 강사의 주문이 있었다.
나도 선생을 해보았기에 수업시간에 준비없이 임하는 것이 강사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생각하고
몇 엄마들과 함께 반짝이 달린 치마와 바지, 그리고 탱크탑을 최근에 샀다.

한번도 그런 복장을 입어본 적이 없던 나는 사 놓고도 어색하고 쑥쓰러워 입지를 못하고 있다가
급기야 날씨가 더워지고 숨이 헉헉 막히니 에라 모르겠다~훌러덩 벗어제끼고 탱크탑을 입었다.
너무도 시원하였고
한번 입어 두번입으니 챙피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욕심은 넘쳐서 기왕 배우는거 예쁘게 추고싶어
벽면에 걸린 대형거울을 보며 포즈를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
수업시간보다 일찍 가서 내 나름대로 연습도 한다.

국사시간에 한민족은 고조선이래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특징에 대해 공부를 했었지만
나도 한민족의 순수한 피를 이어받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1-3월에 배운 자이브는 죄다 잊어버리고
4-5월에 배우는 차차차는 또 언제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신나는 차차차 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운동을 한다.
며느리뻘 되는 아줌마들과, 허물없는 이웃엄마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