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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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5시. 밥을 올려 놓고 시금치 데치고, 단무지와 계란, 고기를 넣어 김밥을 쌌다. 정상에 올라 거기서 점심을 먹기에는 김밥이 최고지. 오늘은 아마 힘든 산행이 될것 같다. gala 사과와 함께 배낭에 넣고, 오늘은 누가 오실까 손꼽아본다.
창 밖엔 새들이 고운 소리로 서로들 지저귀고 있다.
두시간만에 도착한 Pinnacles는 아주 딴세상이다.
주차장 옆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돌틈 사이에 노란 poppy꽃이 피어있다.
앞에는 기괴한 모양의 뽀족 뽀족한 돌산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저 높고 험한 돌산을 어떻게 오르겠다고….
시냇물가를 따라 양쪽으로 노란 들꽃들이 줄지어 피어있다.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정겹다. Trail을 따라 피어있는 보라빛과 흰색 꽃잎이 함께 어울린 루핀이 밝게 우리를 맞이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는가 보다. 앞에 보이는 큰 바위의 위용이 놀랍다. S자로 계속 돌고 돌아 산을 오른다. 뒤에서 올라오는 젊은 한쌍에게 인사를 하고 앞 세운다. 오르는 길가에 노란꽃들이 피어있어 지루하지 않다. 앞서가던 남자 두분이 나무 그늘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급할것 없이 차근차근히 걸어 가시는 미세스함과 미세스 리가 있어 마음이 편하다. 미세스 안과 남자 두분은 앞에서 가고 있다. 우리 셋은 천천히 산을 오른다.
한구비 두구비 돌면서 올라온 산 밑을 내려다 본다. 돌아 오를 때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View가 또 다른 장관을 이룬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하얀점으로 점점이 보인다. 시원한 터널을 지나 바위위에 올라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미세스 리가 은근히 힘들어한다. 산 밑에 모든 것이 한 눈에 보이니 사람이 보잘것 없이 초라하게 작아 보인다. 하물며 하나님이 내려다 보시는 이 세상의 인간들은 어떻게 보이실까? 멀리 산과 들, 마을이 구름의 그림자로 군데군데 까맣게 드리워져있다.
“ 저 밑 마을 사람들은 구름이 잔뜩끼어 흐렸다고 할 거 아냐?”
우리가 보기엔 구름 한조각의 그림자가 작게 마을을 덮고 있을 뿐인데…..
백팩을 멘 등에 땀이 난다. 나이드신 함선생님은 무겁게 짊어 지셨으니 힘이 들텐데… 아무 말씀없이 묵묵히 올라 가신다. 미세스 안은 좋은 point라며 폼을 잡고 누워 사진을 찍는다. 멀리 산봉우리에, 로프를 메고 암벽을 타는 두 젊은이의 땀난 등이 반짝거린다.
정상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싸온 김밥을 먹는다. 빨간 딸기 냄새가 향긋하다. 따로 건강식을 드시던 함선생님, “ 밥에 설탕을 뿌린 것 처럼 밥맛이 달구만. 한국에서 산에 올라 끓여 먹던 찌게 맛이 일품이었지!”
“ 아, 옛날 생각나네, 다음에는 꼭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가져와야지.”
높은 바위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명랑하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스친다.
“ 모두들 여기까지 잘 올라 오셨습니다. 대단들 하십니다. 다음부터는 길이 좁고 가파르니까 발밑을 조심하세요.”
눈앞에 나타나는 기암 괴석들이,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경과 함께 어울려 입체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오묘한 하나님의 솜씨에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 대전을 거쳐 올랐던 대둔산과 흡사하네요. 험한 돌산도 그렇고 아찔한 절벽밑도 그렇고…”
드디어, 드디어 문제가 생겼다. 가파른 암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바위에 발디딜 자리만 깎은 급한 계단과 쇠파이프 난간이 만들어져 있다. 담력이 필요한 난코스다. 두다리와 두 팔을 다 이용하여 난간을 잡고 돌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 난 코스가 얼마나 더 있을까? 함선생님이 앞장 서 올라 가신다. 아무도 따라가는 사람이 없다. 엄두도 못낸다. 손짓하시는 함선생님을 따라 미세스 함이 올라가신다. 위의 선생님을 향해 중간쯤 올라가시다 “ 쉽네, 올라와.” 하며 조금 더 올라 가시던 미세스 함은 밑을 내려다 보시고 갑자기 초주검이 되셨다.
놀란 눈, 파랗게 질린 얼굴, 겁에 질린 목소리를 들으며 밑에서 우리들은 웃었다. 멈추지 않는 웃음에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산위에 서 있었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있는 곳이 해발 800미터, 산 아래 주차장이 해발 400미터.
까마득한 400미터 아래를 난간에 매달려 내려다 봤으니… 아마 미세스 함은 대둔산의 흔들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까마득한 밑을 내려다 본 것 같으셨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너무 웃어 힘이 빠져서… 다음을 다시 기약하며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서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여기까지 올라 왔으니 , 참 대견스럽다.
혼자였으면 어떻게 올라올 수 있었을까. 서로 의지하고 힘내면서, 이야기 나누며 여기까지 올라왔지. 나같이 속으로는 서로 지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었겠고.
이렇게 서로 어울려 함께 하면 힘든 일도, 어떤 큰 일도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다.
Van에 몸을 싣고 오는 길에는 모두 잠에 빠져 들어갔다.
힘든 만큼 정상에 오른 기쁨도 큰 하루였다.
5월 21일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

2005.05.25 06:11:16 (*.116.72.194)
참, 어디서나 한국인은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군요.
설악산 토왕성에서 바위에 박힌 가느다란 풀포기 붙잡고, 발 끝은 바위틈에 살짝 얹은 채 달달 떠는데, 얼마나 깎아지른 절벽이었던지, 숨을 크게 쉬면 제 몸이 바위에서 떨어져 저 밑 골짜기로 쳐박힐 것 같아 숨도 제대로 못쉬던 것 생각납니다. 다시 돌아가는 건 더 겁나고..
그래서 설악산을 한 스무번 가까이 갔지만 토왕성엔 다시는 안가고 비룡폭포까지가 제 한계선이죠..ㅎㅎ
그런데, 김경숙 선배님께선 어찌 이리 글을 쓰세요?
가끔 읽는 선배님 말씀으로는 일이 있어 시간을 많이 내실 수가 없을텐데.
그리구 선배님, 전에 제고 오셨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72-73년도 쯤에 선배님께서 며칠 연거푸 오셨고 처음엔 테니스복 차림이었고 그 다음엔 긴바지차림이나 교복차림이셨던 것 같은데...맞지요? (저 혼자 맞는다고 할 거예요..안광희선배님처럼).
ㅎㅎ 인일학생이라서 계단 내려가면서 신기하게 봤지요, 뭐. 선배님은 저랑 구면이예요.
설악산 토왕성에서 바위에 박힌 가느다란 풀포기 붙잡고, 발 끝은 바위틈에 살짝 얹은 채 달달 떠는데, 얼마나 깎아지른 절벽이었던지, 숨을 크게 쉬면 제 몸이 바위에서 떨어져 저 밑 골짜기로 쳐박힐 것 같아 숨도 제대로 못쉬던 것 생각납니다. 다시 돌아가는 건 더 겁나고..
그래서 설악산을 한 스무번 가까이 갔지만 토왕성엔 다시는 안가고 비룡폭포까지가 제 한계선이죠..ㅎㅎ
그런데, 김경숙 선배님께선 어찌 이리 글을 쓰세요?
가끔 읽는 선배님 말씀으로는 일이 있어 시간을 많이 내실 수가 없을텐데.
그리구 선배님, 전에 제고 오셨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72-73년도 쯤에 선배님께서 며칠 연거푸 오셨고 처음엔 테니스복 차림이었고 그 다음엔 긴바지차림이나 교복차림이셨던 것 같은데...맞지요? (저 혼자 맞는다고 할 거예요..안광희선배님처럼).
ㅎㅎ 인일학생이라서 계단 내려가면서 신기하게 봤지요, 뭐. 선배님은 저랑 구면이예요.
2005.05.25 15:45:13 (*.126.180.105)
허인 선배님께서 누구보다 먼저 나오셔서 기쁩니다.
제 생각 보다는 다른 면이 계시네요.
남자들은 일부러 여자 손 붙잡아 주고 등밀어 주려고 그런 산에 간다던데요.
대둔산 바위틈에 빨갛게 물든 가을단풍은 정말 절경이었지요.
허선배님께서도 좋은 메모리얼데이 연휴 되세요.
전영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시공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속에 있는것 같은데.
다 네 덕분이지. 고맙다. 그리고 부탁할 것도 하나 있는데...
박진수님, 반갑네요.
가끔 하시는 말씀엔 실제 경험이 무척 많으신것 같네요.
절벽에 깎아 만든 좁은 길에 툭 튀어 나온 바위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제가 쓰는 글이야 생각 나는대로 능력껏 쓰니 별것 아닌데,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며 쓰는 댓글과 음악, 사진 올리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네요. 무엇이든지 투자를 해야 얻는 것도 있겠지요.
진수님도 저랑 같은 타임머신 탔네요.
제 생각 보다는 다른 면이 계시네요.
남자들은 일부러 여자 손 붙잡아 주고 등밀어 주려고 그런 산에 간다던데요.
대둔산 바위틈에 빨갛게 물든 가을단풍은 정말 절경이었지요.
허선배님께서도 좋은 메모리얼데이 연휴 되세요.
전영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시공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속에 있는것 같은데.
다 네 덕분이지. 고맙다. 그리고 부탁할 것도 하나 있는데...
박진수님, 반갑네요.
가끔 하시는 말씀엔 실제 경험이 무척 많으신것 같네요.
절벽에 깎아 만든 좁은 길에 툭 튀어 나온 바위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제가 쓰는 글이야 생각 나는대로 능력껏 쓰니 별것 아닌데,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며 쓰는 댓글과 음악, 사진 올리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네요. 무엇이든지 투자를 해야 얻는 것도 있겠지요.
진수님도 저랑 같은 타임머신 탔네요.
2005.05.25 23:17:14 (*.116.79.170)
허인 선배님은 심성이 고우신분이라는 건 아시지요?
제가 뵌 적은 없는데..글을 읽고 느껴지더군요.
다른 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때는 말씀 한마디 하시기를 참 어렵게 꺼내시지요.
다른 면이 있으신 분이지요.
제가 뵌 적은 없는데..글을 읽고 느껴지더군요.
다른 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때는 말씀 한마디 하시기를 참 어렵게 꺼내시지요.
다른 면이 있으신 분이지요.
2005.05.25 23:43:21 (*.81.30.53)
이거 참, 비 내리는 아침에 두 분의 과도한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빨개지는군요.
저, 그런 사람 못 됩니다.
scale을 가지고 재 보면 평균(average)에서 조금 못 미치는 사람입니다.
문장대는 중 3때 수학여행이였으니 남자들만 득실 댔고
설악산은 대학친구 2명이 있었고
대둔산 때는 이미 결혼을 하였을 때였읍니다.
그러니 여자도 없었고 있어도 손 잡을 수 없었으니 가고 싶겠읍니까. ㅋㅋㅋ
메모리얼 연휴 중, 29일은 드디어 십수년동안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었던 아들이
학교를 마치는 졸업을 합니다.
큰 감회와 기대를 합니다.
한국인의 기개를 크게 펼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돈도 많이 벌어 저도 좀 주고...
저, 그런 사람 못 됩니다.
scale을 가지고 재 보면 평균(average)에서 조금 못 미치는 사람입니다.
문장대는 중 3때 수학여행이였으니 남자들만 득실 댔고
설악산은 대학친구 2명이 있었고
대둔산 때는 이미 결혼을 하였을 때였읍니다.
그러니 여자도 없었고 있어도 손 잡을 수 없었으니 가고 싶겠읍니까. ㅋㅋㅋ
메모리얼 연휴 중, 29일은 드디어 십수년동안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었던 아들이
학교를 마치는 졸업을 합니다.
큰 감회와 기대를 합니다.
한국인의 기개를 크게 펼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돈도 많이 벌어 저도 좀 주고...
2005.05.26 12:04:15 (*.165.110.170)
경숙아, 정말 좋구나. 눈이 확 트인다.
오글오글 맨날 사방 몇m 앞만 보고 사는 나에게
이렇게 꼭대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나라가 워낙 크니 볼 곳도 많겠지?
근데 난 크지도 않은 이 땅의 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최근 유행버전 단어)도
채 가보지 못하고 맨날 갈 기회가 없음만 탓하고 있단다.
내가 게으른 것은 모르고.
여기서 힌트를 얻었는데,
다음의 흑백사진 시리즈는 중학교때의 속리산 여행으로 잡아볼까?
(이 글을 본 중3때 나랑 친한 애들이 또 떨겠다.... '내가 왜 쟤랑 놀았을까'ㅋㅋ
아마 부랴부랴 그때의 사진을 찾아볼지도 모르겠다...ㅋㅋ 그럼 걔들 뒷통수를 치는 사진 올려야쥐~~~ (x10) )
오글오글 맨날 사방 몇m 앞만 보고 사는 나에게
이렇게 꼭대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나라가 워낙 크니 볼 곳도 많겠지?
근데 난 크지도 않은 이 땅의 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의반(최근 유행버전 단어)도
채 가보지 못하고 맨날 갈 기회가 없음만 탓하고 있단다.
내가 게으른 것은 모르고.
여기서 힌트를 얻었는데,
다음의 흑백사진 시리즈는 중학교때의 속리산 여행으로 잡아볼까?
(이 글을 본 중3때 나랑 친한 애들이 또 떨겠다.... '내가 왜 쟤랑 놀았을까'ㅋㅋ
아마 부랴부랴 그때의 사진을 찾아볼지도 모르겠다...ㅋㅋ 그럼 걔들 뒷통수를 치는 사진 올려야쥐~~~ (x10) )
2005.05.26 12:53:15 (*.126.180.105)
광희야, 잠깐만!
우리 인일 11기, #299의 1000회 돌파를 기념하자.
내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샴페인을 준비했거든,
어쩌나....
우리 인일 11기, #299의 1000회 돌파를 기념하자.
내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샴페인을 준비했거든,
어쩌나....
2005.05.26 14:21:58 (*.81.30.53)
안 광희씨,
선배를 요렇게 간접적으로 놀리면 관리자님하고 같은 과에 속하게 됩니다.
거기다 속리산도 좀 찝찝하고. 다른 산으로 잡아 보시죠.
선배를 요렇게 간접적으로 놀리면 관리자님하고 같은 과에 속하게 됩니다.
거기다 속리산도 좀 찝찝하고. 다른 산으로 잡아 보시죠.
옛날 속리산에 갔을 때, 정상의 문장대를 무서워서 못 올라 갔고
설악산의 흔들바윈가는 올라가는 길 설명 듣고 포기
대둔산의 흔들다리는 안 건너갈 수 없어서 초죽음상태로 거의 눈 감고 건넜읍니다.
12도의 기온도 산뜻하고 청명한 아침에 아름다운 글과 음악 잘 들었읍니다.
좋은 한 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