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둘과 늘 같이 붙어 다니던 나는 다른 여자 형제들도 그렇듯이
가끔 백화점이나 화장품 가게 등등을 전전하며 하루를 지내는 적이 있다.
물론 조카들은 혼자 계신 아버지께 맡겨두고.

단골 화장품 가게에 갔다가 가게에 비치된 예쁜 손톱 그리기 콘테스트 팜프렛을 봤다.
게다가 비닐 봉투에 잔뜩 쌓인 가짜 손톱을 보고 욕심이 났다.
응모한다기 보다 그것이 갖고 싶어서.

그것이 그러니깐두루....
1989년도니까 오래도 되었네.
매니큐어를 색색드리로 잔뜩 사서 집으로 왔다.

이색 저색 손톱에 발라보고(당시 내 별명: 마귀손톱- 호영, 옥겸등이 부름)
일단 어떤 디자인을 할까 여기저기에 도안을 해봤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 다섯개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짜 손톱에 옮겨 그려 넣는데,
서예할때 쓰던 가장 얇은 細筆로 그리니 붓에 힘이 없어서 의도대로 안된다.
유화 붓으로 그려보니 털이 넘 강해서 덧 바를때 밑바탕의 매니큐어 색이 패인다.
할 수 없이 성냥개피를 가운데 뚝! 이쑤시개 같이 끊어서 살살 그려 넣었다.

그린 손톱들을 첨부해서 쥬리아화장품회사에 보낸지 한달쯤 지나고 연락이 왔다.
짜자잔~~~
에구에구~~ 이게 뭐야.
내가 젤 자신 있던 여자 얼굴은 떨어지고
아~아~ 대한민국, 태극기 문양을 약간 변형해서 그려넣은 것이 겨우 장려상이란다.
화장품 한 세트를 결국 받아 들었다. ^^

지금은 이미 '네일 아트'라고 불리우며 여기저기 손톱에 그림을 넣어주는 곳이 많아졌다.
몇년 전만 해도 외국 잡지나 모델들 에게서나 봄직한 손톱그림들을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처음 네일 아트라는 것이 나오면서 난 속으로 그랬다.
'휴우~~~ 만약 그때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바짝 그쪽으로 신경을 썼더라면
네일 아트 초기의 선풍적인 바람을 혹시 내가 맞지 않았을까......

예전에 쓰던 36색상의 색년필 케이스를 발견하고 우연히 열어보니
그 속에 몇장 넣어져 있던 그 시절 그 얘깃거리가 가지런히 들어 있어서
한번 추억을 해 보았다.

십 오륙년 전의 강수연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네.